예쁜 포장지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왜곡되고 변질된다.
우리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억으로 변해간다. 왜곡되고 합리화하고 변질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아픈 시간의 순간을 '정류장'이라던지 '곧 지나간다.'라는 말을 하며 위로를 해줄 수 있다.
특히 어른들을 그런다. 어렸을 때를 회상하면서 항상 말한다.
" 그때는 청춘이었어."
" 청춘이었으니까 가능했어. "
청춘. 그것의 시기는 정확하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청춘. 모호하고 상징적인 번지르르한 말로 힘들었던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둘러싼다.
청춘. 이라는 포장지를 사용해 온갖 어린 소녀, 소년들의 슬픔을 아픔을 예쁘게 포장해서 무언가 극복한 듯한, 위대한 일을 해낸 것 마냥 포장해댄다.
갑자기 조금 역한 감정이 든다. 현재 자신들의 부족함과 무능함을 청춘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외면하는 모습이 역하다.
온갖 포장지를 동원해서 나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꾸미는 나 자신도 참으로 역하고 가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