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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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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Apr 15. 2018

파도타기

그는 아버지의 자부심이었다.

“아버지한테 저는 어떤 존재입니까? 네?”
오늘도 그는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는 대화를 했다. 화를 식히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술을 들이부으며 친구들에게 감정배설을 한다.
 그는 아직도 그의 아버지가 이해 안된다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왜 그렇게 말을 하고 행동하는지, 왜 그렇게 나를 엄마를 가족을, 그렇게 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버지에게 그는 아직도 어리숙한 자식인건지, 아버지에게 그의 의미가 무엇인건지 알 수가 없다며... 아버지의 앞에서 버럭 화를 냈고 아버지는 아무 대답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며 토로 해댔다.
그렇게 토해낸만큼 술을 채웠으며 세상이 일렁거리기 시작하였으며 부류하며 그이 집으로 떠내려간다.
14층.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고 들어가 신발을 꾸겨벗고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갔다. 불을 키지 않은 채 옷을 벗어 던지고는 부시시해진 머리를 한 채 너저분한 아버지의 책상을 바라봤다. 책과 신문으로 어지럽혀 있었고 스탠드 옆 구석에는 꼬질꼬질한 국어사전이 놓여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사용하는 국어사전에 그의 빳빳한 명함이 꽂혀 있었다.
그는 그날 밤, 달빛이 내리쬐는 아버지의 서재에서 눈물을 흘리며 흐리멍텅해지는 국어사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자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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