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파도타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REE Nov 25. 2018

파도타기

직장인 자아형성_1

제조업 회사에 취업을 했다. 1월에 입사하여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 시간 동안 내가 느꼈던 것들과 생각한 것들과 고민하고 사색할 것들에 대해서 고백하고자 한다. 


서막

#회사를 밝히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남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으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할 뿐 회사를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태도가 회사를 밝히기 전과 후가 달랐다. 이질감이 보였다. 그 이질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I WANNA BEING MY OWN' 

나는 나로서 존재하기를 원한다. 나 자체를 바라봐주기를 원하고 그 부가적인 요소들은 제외하여 사람대 사람의 관계로 다가가고 만나고 친해지고 싶다. 하지만 회사를 밝히면서부터 상대방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동원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라는 하나의 파도를 바라보는데, 너무 거대하게 비유하거나 표현을 하는 것이다. 나는 고작 1-2M짜리 파도인데 4-5M짜리 거대한 파도인 것 마냥 쓰나미인 것 마냥 표현하는 게 내가 바라는 방향과 조금 다르라든 걸 느끼곤 그 이후로 회사를 웬만하면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 

혹자는 말한다. 

" 니가 일하는 직장도 너의 일부분이야. "

그 말에 공감을 한다. 분명 중요한 척도이기도 할 것이고, 중요한 요건과 조건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필요한 관계가 있고 아닌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전한 나로 바라보면 되는데 굳이 확대경을 주고는 그걸로 나를 더 크게 바라보라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이었다.


#직장인으로서의 자아형성 시기

누구나 처음은 서툴다. 처음 일어서서 걸을 때도 휘청거리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잘못하면 다치기도 할 것이고 그러면 아플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낯선 친구들과 마주하고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울 것이다. 모든 처음의 순간들은 위태롭고 조마조마하다. 

회사생활이 처음인 나도 역시 걸음마 단계이다. 회사생활을 뭉뚱그려서 나누어보면 업무에 대한 나의 태도, 관계에 대한 나의 방향성, 생활에 대한 나의 선호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미래 방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업무에 대한 나의 태도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나의 실력과 관련된 것이고 실력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열심히 하고 실수 없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무 스타일이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지금 나의 역량으로는 남들과 똑같이 일을 해서는 인정받기가 어렵다. 나는 신입사원이고, 그렇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시간을 투자해서 성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지만 나중에 선배님들의 경력이 되었을 때, 내가 더 잘한다는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정받기 위해서는 똑같은 업무라도 조금 더 가치 있는 일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하기를 선호한다. 남들이 안 했던 것을 하기를 좋아하고 남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업무라면 그들의 감사의 표현에 나는 녹아내린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나중에 ' 미래 방향 ' 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다.


 두 번째, 관계에 대한 나의 방향성은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을 하려고 한다. 분명 회사라는 단체 속에서 많은 관계가 있고 많은 사람들과 엮이겠지만,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이거나 나쁜 감정들을 표현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고맙다면 고맙다. 힘들면 힘들다. 서운하면 서운하다.라는 내 감정을 말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하고 내 업무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솔직해지려고 한다. 당연히 너무 솔직하면 안 되겠지만, 사내에서는 어렵더라도 술 한잔 하자고 하며 사외에서 솔직하게 사람대 사람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 학생 때와는 다르다. 학생 때는 안 보고 지내려면 지낼 수가 있었기에 3년이라는 시간만 버티면 그 관계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기에, 한 솥밥 먹는 식구들 사이에서 이런 꿍해있는 태도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나 혼자 바꾼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거대한 조직에 소속된 하나의 인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씩은 가능하기에 나는 그 '조금씩'에 희망을 품고 지내려고 한다. 동생으로서 혹은 후배로서 예전처럼 살갑게 다가가는 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세 번째, 생활에 대한 나의 선호도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는 숙소 밖으로 나가야 한다. 숙소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이라곤 '요가'뿐이다. 그렇다면 서울로 나가거나 수원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 시간이 소비되고, 피로가 쌓인다. 사람을 만나고 도전을 하기에는 서울만한 곳이 없다는 게 내 경험상의 판단이므로, 나는 서울에서 생활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매일매일 파도치듯 나를 불러일으킨다.

내 or 외

 네 번째,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회사 내에서 가치를 찾는 방향 or 회사 외에서 가치를 찾는 방향이 있다. 각각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언젠가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렇게 선택을 하는 것에 따라서 해야 할 것들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것이 더 좋다는 판단할 수가 없다. 각자의 사연이 있고 판단하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섣부르게 평가할 수도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갈림길은 존재한다는 것이고, 나도 언젠가는 그것을 마주할 것이라는 거다. 계속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보아야 할 사항들이라 깊은 고뇌와 사색을 거쳐서 선택해야 한다. 현재까지 나의 색깔은 전자에 가깝다고 보인다. 인정받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를 선택할 수도 있다. 대신 인정받는 대상이 회사 내의 사람에서 회사 외의 사람 즉,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이 될 것이다. 

또한 나는 이 회사에서 이직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생각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의 안정과 불안정의 조화가 있는 삶이어야 하는데, 회사라는 카테고리는 나에게 안정의 영역에 속하므로 이 곳에서 최대한 오래 근무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나를 헤치면서까지 노력하는 모습, '하얗게 불태운다'라는 표현이 적절한데 이런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내가 그렇게 하얗게 불태우는 방식으로 일주일을 지낸다. 그 이유는 ; 일단 해보자.라는 취지가 강하다. 선배들도 걱정하고, 일찍 가라고 하지만 내가 똥인지 된장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므로 나를 테스트해보고 궁지로 몰아넣어봐야 알 것 같아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업무를 해본 결과, 선배들이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임시방편이거나 지름길일 순 있지만 정도를 걷는 것은 아니다. 배우는 위치에서는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밀고 들어가야 이치와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그 파악하는 행위에 선배들의 조언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를 만들어야 하고, 하얗게 불태워도 좋으니 나의 한계를 파악하고 업무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정리해보면,

1.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격

2. (솔직하게) 표현하는 품격

3. 업무 외적으로  끊임없이 시도하는 습관

4. 방향성 판단

- 하얗게 불태운다.

- 선배들의 도움은 크지 않다.

- 결국 언젠가는 혼자서 판단하고 진행해야 하기에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간다.

- 내가 힘든 거보다 선배들은 더 힘들다.

#위대한 부모님의 삶

자아형성의 시기여서 그런지 많은 고민들과 고뇌들을 가지고 퇴근을 한다. 힘들고 지치고 짜증도 나지만, 그래도 다음날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출근을 하고 이러한 워킹데이를 반복하곤, 주말에 휴식을 취하거나 또 다른 도전을 한다. 가정도 돌보아야 했던 부모님들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일을 하는 부모님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런 생각을 하면 자주 통화를 하여 물음을 던진다.

- 서러웠을 텐데 어떻게 버텼어요?

- 언제쯤 자아형성이 될까요?

말로는 어려운 게 많아 가끔은 편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음에는 나의 사색들을 녹여낸 편지를 보내야겠다.



앞으로 나의 회사 생활은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되고 궁금하다. 

이번 주도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오늘도 전전긍긍 아등바등거릴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지 말고 나를 폄하하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파도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