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이 거대한 자연 속에서

by JONGREE

쿠스코 여행을 하며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모든 것들이 큼직큼직하고 거대하더라. 산도 큼직큼직하고 파도도 큼직큼직하고, 음식의 양도 엄청나고 물통도 거대하더라. 매번 말로만 듣고 티비에서만 보던 '자연의 경의로움'을 쿠스코에서 제대로 느꼈다.

큼직한 것들 사이에서 혼자 덩그러니 있으며 생각을 해보니, 이 거대함에 비해서 우리의 존재는 정말 작은 존재이고, 우리의 하루는 정말 짧은 시간이더라. 내가 살아온 일생 또한 짧은 시간일 테지만, 그 짧은 시간들 중에서 혼자 있었던 시간보다 너와 함께 있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더라. 그냥... 고맙더라고. 이 거대한 공간과 방대한 시간 중에서 작은 나와 나보다 더 조그마한 너, 우리는 그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 추억은 내 삶 속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너무 감성적인 것 같지만 이 정도 촉촉한 상태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너에게 느끼는 고마움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조금 더 높은 감성의 파도로 적시며 촉촉해져 보려고 한다.

지금은 스쳐 지나간 너와의 시간들이지만, 나에게 너와의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했던 존재이더라. 지금의 내 모습과 내 세계관에 영향을 준 것들 중에서 너와의 시간과 대화가 있더라. 그 날을 기억하려나? 국토대장정을 통해 서로 알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지 1년 정도 지나고 너와 내가 함께 스타벅스 카페에 갔을 때였지. 그때는 추워지기 시작하는 초겨울, 해가 저문 깜깜한 밤이었고 카페 안에는 사람들이 적어서 책 넘기는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었지. 당시에는 어떤 고민에 사로잡혀 끙끙 앓고 있었고, 이기적이지만 너에게 내 고민거리를 집어던졌어. 그러자 너는 내 고민을 받아주며 다시 가지치기를 해서 돌려주더라.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 문제의 매듭을 차근차근 풀어가며 해결했었지. 너에게 그 시간은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거대한 문제의 실뭉치였기에 그때의 대화는 참 소중했고 그 순간이 참 고마웠었어. 지금 페루 쿠스코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큰 우주, 큰 지구, 큰 대한민국, 큰 서울 안에서 그 작은 카페에 너와 내가 만나 내 마음속의 큰 물음표를 큰 느낌표로 만들어준 너가, 참으로 고맙더라.

이 고마운 마음, 너에게 전하고 싶어 문자를 보내고 통화연결음을 들으려고... 너를 생각하다 보니 지금 남미의 어느 스타벅스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네. 자주 가지 않는 스타벅스지만 그곳에 가면 가끔 그때의 너가 떠오르더라.

문자를 보내면서 '너와 내가 단둘이 이 거대한 자연 속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 우리가 거대한 자연 속에 같이 있다면 난 고맙다라고 외칠 거야. 그렇게 큰소리로 거대한 자연을 향해 고맙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메아리 또한 고맙다며 답할 거야.

당신에게 큰 존재였던 사람이 있나요? 오늘 고맙다고 문자 한 통 보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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