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높은곳으로 올라가다보면

by JONGREE

"고산병" 남미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가지 않고, 여행 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서, 떨렸지만 고산병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쿠스코행 비행기에서 내렸다.

왐마... 비행기 문을 나오고 혹시나 많이 아플까 봐 걱정되어서 고산병을 최대한 피해보자는 생각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것 같길래, 걸음을 조금 빨리 했더니 고산병이 밀려왔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진짜로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라는 느낌, 뭔가 결핍이 되어 몸이 아파오는 듯한 느낌이 오자 당황해서 또다시 천천히 걸었다. 짐을 찾아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갈 때까지는 괜찮았다. '어? 또 괜찮네?'라는 생각에 택시에서 내려 마추픽추 입장 티켓과 간식거리를 산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자 또다시 고산병이 밀려왔다. 빨리 쿠스코를 벗어나 고산병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오얀띠따이땀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들썩거리는 버스 창문으로 보이는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 고산병을 견디면서까지 나는 왜, 더 높은 곳으로 가려고 할까?'라는 물음이 생겼다.

높은 곳 혹은 높은 목표를 향하는 걸음은 가볍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높은 곳으로 향해 나아간다. 어렵고 고난한 길 위를 우리는 왜 나아가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보여주기 위한 행위일 수도 있고 자기만족의 행위일 수도 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먼저 보여주기를 위한 행위로 설명해보겠다. 기본 설정은 우리의 삶은 파도와 같다는 것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와 열망들은 섬으로 표현되어 섬을 이루는 땅을 파도가 야금야금 점령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열정을 모았다가 땅으로 던져버리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점점 내 욕심을 채워가고 그만큼 파도의 크기는 높아지며 우리를 이루는 바다가 더욱 깊고 넓어지고 그만큼 더 큰 파도를 만들 수 있다. 가끔은 너무나도 높은 곳이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곳에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높은 곳, 그런 곳을 목표로 삼고 도전할 때, 비록 삼키지는 못할지라도 내 손자국을 남기고 올 때,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 가끔은 한계에 마주해 포기할 때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어떻게 자신을 채찍칠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그렇게 노력하면서 그 목표만 바라보고 계속 철썩-철썩 파도질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가까워지는 현상을 마주할 수 있고, 그렇게 손바닥으로 터치 다운하고 내려왔을 때, 그 푸른 손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게 된다. 그러곤 남들과 함께 그 손자국을 바라보며 자랑을 하고 나의 옛 행위, 파도질이 쓸모없는 행위는 아니었구나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 내 손바닥을 바라보며 나의 한계를 재설정하고 자신감과 긍정으로 둘러싸여 또 다른 목표로 도전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높은 곳을 향해 파도질을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나에게 주는 채찍질일 수도 있다. 저 정도였던 나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며 나에게 속삭인다.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어렵고 힘들기는 하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무나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그 "아무나"에서 탈피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이기에 "특별한" 무언가가 되기를 노력한다.

당신이 힘겹게 찍은 손바닥은 어떤 손바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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