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적인 것보다 미온적인 눈빛으로
드디어 이번 여행의 메인에 해당하는 도시인 우유니에 왔다. 이곳에서 5일 동안 머물 숙소를 잡고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려는데, 풀지 못한 여독(여행의 독)이 차올라서 그런 건지 고산병 때문인건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메스꺼웠다. 진통제와 감기약을 먹으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잘 맞지 않는 음식과 환경들로 회복 속도는 더뎠고, 여행에 내 모든 감각을 쏟아부어서 그런지 예민하고 지친 상태였다. 나는 그렇더라. 항상 모든 것을 정열적으로 쏟아부어내고 아파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뻗고 천천히 회복하는 파도와 같이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노래를 틀어놓고 침대에 누워 주변을 살펴본다. 아침에 해 뜨는 풍경, 방문에 햇살이 내리쬐는 색감, 노을 지는 마을의 모습. 마침 참깨와 솜사탕의 “여기까진가요” 노래가 나오더니 “우리 사소한 일들로 걱정해주던 그런 맘 부디 사라진 거 아니죠”라는 가사가 들리자 가장 뜨거웠던 나의 사랑의 순간을 떠올려본다.
WHAT ABOUT LOVE? 사랑이란 무엇일까?
-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한다. 정확히 다른 두 객체가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해프닝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게 되고 바램이 생긴다. 이런 작용에 의해 어떨 때는 기쁨을, 어떨 때는 실망감을 반작용으로 가져다준다. 그렇게 점점 상대방에게 내 감각을 집중하게 되고, 그 집중으로 둘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 한 여자가 말한다. 사랑은 사소한 것부터라고. 그 말을 듣고는 한 남자가 계속 곱씹어본다. 소리 내서 말을 해보기도 하고 마음속으로 말을 해보기도 한다. 사랑은 사소한 것부터. 사랑은 사소한 것부터... 그녀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까지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큼직큼직한 이벤트로부터 사랑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그런 이벤트의 연장선에서 사랑을 계획하고 꾸며왔다. 내 마음을 더 크게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 정열적으로 표현을 했으며 그렇게 쏟아붓고 공허해지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여자의 말처럼 사랑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좋아하는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 마음에 드는 가사를 같이 읽어보거나 듣는 것, 잊지 못할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을 추억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을 알고 취향에 맞는 사랑을 하는 것, 아프지는 않을까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 등 모든 방면에서 세밀하고 세세하고 섬세한 관심으로부터 사랑은 발아한다. 그렇게 사소한 관심으로부터 상대방의 사방, 팔방, 모든 면에 고루 퍼지는 잔잔한 미온으로 사랑을 한다.
우리의 관계는 활활 타오르는 것보다 미온으로 남아 오래가는 것이 좋겠다. 활활 타올라 갑작스럽게 변화하여 부담을 주기보다는 지금처럼 미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당신과 나는 정열적인 것보다 미온을 그리워하고 좋아한다. 당신과 나는 태양을 바라보기보다는 태양의 온기가 미온으로 남아있는 달을 바라보길 좋아한다. 당신과 나는 정열적인 불꽃을 곁에 두기보다는 장작이 다 타고 남은 잔불을 곁에 두길 좋아한다. 바짝 구운 웰던보다 조금 익힌 레어를 좋아한다. 나는 당신에게 미온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너에게 끊임없는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불타오르는 사랑과 꾸준한 사랑 중에 어느 것이 기억에 남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