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황혼 속으로 함께 뛰어들자.

by JONGREE

노을을 좋아한다. 말로만 듣던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이렇게 강한 주황색을 지닌 노을을 만난다는 게 경이로웠다. 하늘에서 내 발아래로 내린 주황빛이 소금사막의 거울에 빛살로 반사되어 내 얼굴을 적신다. 매일 주황색에 물드는 오후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나이기에 오늘같이 해외에서 마주하는 노을은 더욱 값지더라. 같은 태양에서 이렇게 다른 느낌의 노을을 마주한다니... 값진 노을을 바라보며 주황색 하늘과 듬성듬성 표류하는 구름들과 한편에 숨어있는 달, 지평선에 걸쳐있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가장 뜨거웠던 노을을 떠올려본다.

너와 함께 떠난 군산 여행이었다. 우리의 군산 여행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노을” 혹은 “황혼” 아니면 “주황”이었다. 영화에 나왔던 그저 그런 일반적인 터널 주변에 왔었고 터널을 발견했지만 딱히 다른 터널들과 다른 점이 없었다. 그저 그런 터널이었기에 충분히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한번 걸어가 보자고 해서 터널로 들어갔다. 차가 지나갈 때는 시끄러웠지만 그 소음을 줄이기 위해 영화“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ost “시간을 넘어서”노래를 같이 들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터널의 반대편으로 다가갈 때마다 무언가 아름다운 장면이 보일랑말랑 하였고, 점점 우리의 마음에도 무언가 차올랑말랑 하였다. 그렇게 만난 터널의 반대편 모습 혹은 지구의 반대편 아니면 세상의 반대편 모습에 우리는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곳에는 노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면서 바다를 물들이고 있었다. 숨으려는 노을을 함께 보면서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세상을 나의 등 뒤에 저버려두고 일상을 너의 등 뒤에 던져두고, 너와 내가 함께 이상적으로 주황빛 노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너의 콧날도 주황색이었고, 너의 옷도 주황색이었고, 주황색 꽃이 새큼한 향을 뿜어내며 자리하고 있었다. 주황색 차가 지나갔으며, 주황색 새가 하늘을 날아갔으며 주황색 햇살이 아파트 창문으로 향했고 창문에 반사된 빛은 너의 눈동자를 주황색으로 물들이더라. 주황색 눈망울로 찍은 우리의 사진도 주황색이었으며 우리가 걸어간 발자국의 색 또한 주황색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함께한 군산의 순간은 미친 듯이 주황색이었기에 너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건넨다.

"우리 황혼 속으로 함께 뛰어들자."

"주황빛으로 가득한 황혼 속에 있으면 매일매일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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