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밤이 없는 아이슬란드에서

by JONGREE

대부분 사람들이 아이슬란드에 가는 이유 중에는 "오로라"가 꼭 들어있다. 나도 오로라를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백야현상 시즌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백야(白夜) : 태양이 지지 않아 밤이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

'해가 지지 않고 밤이 없는 삶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탔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밤이 없는 하루는 외롭고 슬펐다. 흔히 밤이 와서 외롭고 슬픈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밤이 없으니 힘듬을 감추고 지내야 하고 표출을 할 수 없어 더 외롭고 더 슬퍼지더라. 밤이 더 기다려지고 밤이 더 애달파지더라.

사람의 밝은 면을 바라보기보다 사람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것을 선호한다. 달의 앞면보다 달의 뒤편에 무엇이 있을지 더 궁금하고 끌리듯이, 그 사람의 뒤편에 가서 어깨너머로 상대방의 시선을 따라가고 귓가에 속삭이는 상상을 한다. 행복할 때, 밝은 곳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밝은 곳에 있을 땐 밞음에 적응(명적응)을 한다. 그 밝기에 적응하고 그 밝기에 맞는 것들이 보이고 더 어두운 것은 그림자가 져서 보이지 않고 그저 검은 물체로 나타난다. 그 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감촉인지 어떤 색깔인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냥 검은 물체일 뿐이니까. 그래서 무시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반면에 불행할 때, 어두운 곳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어두워서 두렵고 무섭고 당혹스러울 테지만 조금만 시간을 가지면 눈이 어둠에 적응(암적응)을 한다. 신기하게도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곳이 잘 보인다.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래서 그 사람의 어두운 면에 서서 그 어둠에 적응을 하고 상대방을 바라본다면 그 검은 물체가 사과였는지, 장미였는지, 얼음이었는지, 축구공이었는지를 이제는 판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장면을 보고 넓은 시야로 이해할 수 있는, 이것만큼 완벽한 이해가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의 암(暗)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어야 하는 게 첫 번째이다. 그 사람의 방어기제를 푸는 것, 그것이 사람과 가까워지는 첫 번째 걸음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둠에 적응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무섭고 두렵지만, 슬프고 외롭지만 버티면 서서히 걷히는 어둠들을 기다리며 그곳에서 적응하는 것, 마지막은 어둠 속에서 편협된 시각이 아닌 넓고 다양한 방법으로 누군가에 대해서 탐구하고 탐색하는 것.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세 번째이다. 그렇게 세 걸음을 다가간다면 어느 정도 그 사람과 관계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나로 바꾸면 된다. 나의 암(暗)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어야 하는 게 첫 번째이다. 나의 방어기제를 푸는 것, 그것이 나와 가까워지는 첫 번째 걸음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둠에 적응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무섭고 두렵지만, 슬프고 외롭지만 버티면 서서히 걷히는 어둠들을 기다리며 그곳에서 적응하는 것, 마지막은 어둠 속에서 편협된 시각이 아닌 넓고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 대해서 탐구하고 탐색하는 것. 나를 알아가는 것이 세 번째이다. 그렇게 세 걸음을 다가간다면 어느 정도 나와 관계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암(暗)속에서 바라보는 행위는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신의 어두운 면을 알려주세요. 그곳에 들어가서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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