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볼 수 없는 달 대신

by JONGREE

볼 수 없다. 볼 수 없다. 볼 수 없다...라는 말을 곱씹는다. 천천히 한번 더 소리 내어 읊조린다. 볼 수 없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 그때의 시간과 감정들이 단물로 세어 나온다. 달달함은 잠시, 단물 빠진 껌처럼 이제는 턱만 아프게 하는 '볼 수 없다'라는 단어를 계속 곱씹는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떠올리며 백야의 아이슬란드 밤하늘 어딘가에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달의 뒷편에서 차가웠던 시간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는 행위를 행한다. 모두가 잠든 새벽이었고 나와 해와 달은 깨어있었다.

그대가 힘들어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해외에 어느 도시에서 기나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죠. 그대는 그랬어요. 힘들어도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았었고 우리는 서로에게 소홀해져서 그대는 나에게 힘들다고 말하기 더 어려웠을 거예요. 그렇게 점점 그대와 나 사이에는 벽돌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가고 있었어요. 가끔 그대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힘들지 않나요? 외롭지 않나요?" 그렇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벽돌이 쌓여 벽이 되고 그대는 등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고 나 또한, 그대가 잘 보이지 않아 막힌 벽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봤어요. 나는 거리가 머니까 당연스레 생긴 벽이라고 착각했죠. 그래도 가끔 당신에게 낙서 같은 편지를 쓰곤 장난같이 종이를 꾸겨선 당신이 있는 방향으로 높이 쏘아 올렸어요. 벽을 넘어간 종이뭉치를 바닥에서 주워 답을 해주던 그대였고 그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벽 너머에 있는 나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그대가 나의 편지에 답이 없었어요. 발견하지 못한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죠. 무시였어요. 시간이 흘러가고 흘러가는 와중에 많은 생각이 오가면서 그대와 나 사이에 얼음이 내렸고 그 얼음들로 인해 우리 사이의 벽은 더 높아지고 있었어요. 차갑고 추웠으며 그 벽을 허물어 버리려고 해도 그 벽 조차도 너무 차가웠고 단단했어요. 한순간에 모든 것들이 얼어붙었어요. 그대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풀리지 않는 감정들과 당황스러움이 제 곁을 떠나가질 않았죠. 그러다 다시 낙서 같은 편지 뭉치를 만들어 있는 힘껏 하늘로 날렸고 차가운 벽에 귀를 대고 건너편에서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어요. "툭" 편지 뭉치가 땅에 떨어졌고 잠시 후에 얼음 위를 걷는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종이뭉치의 까끌한 소리가 들리며 제 마음이 열리는듯한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연필 소리가 들렸어요. 꽤나 긴 시간 동안. 내 귀가 빨갛게 얼어가는 줄도 모르고 차가운 벽에 기대어 연필 소리를 따라갔어요. 연필 소리가 멈추더니 제 등 뒤로 두 개의 쪽지가 돌아왔어요. 저랑은 다르게 예쁘게 접힌 쪽지였죠. 하나는 늦게 답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는 연락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쪽지를 받은 이후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벽을 등지고 겨울을 보내고 있네요. 이번 겨울은 많이 차가울 것 같아요. 감기 조심하세요. 부디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들이 있나요? 왜 이런 사이가 되어버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