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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파도타기

AS I AM

by JONGREE

탈락

그렇게 신경 쓰이고 힘들지는 않다. 단지 가끔 떠오르는 미안함과 안타까움만이 나를 괴롭힐 뿐이다.

나만 신경 쓰는 것이다. 너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자.


조금 더 다양한 길이 열렸고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막연하지만 불안하지만 시원하다.





WHAT AM I SUPPOSED TO DO?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계속 미루고 있었던 나의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드디어 가졌다.

그 전에도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그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다녔다. 그러고는 피곤에 쩔어서 잠을 자곤 했다.


자꾸 피했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나는 모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뛰어갔다. 인생을 마라톤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나아갔다. 점점 발전하는 내가 보였고 이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보다 앞서 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재치고 싶었다.

'당신이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하면 하는 독한 놈이니까.'

그러다가 이번에는 현실의 문턱에 걸려서 엎어지고 말았다. 잠깐 눈물을 찔끔 흘리기는 했으나 엎어지는 동안 나를 재치고 가는 사람들이 느껴지고 넘어진 게 쪽팔려서 벌떡 일어나 여기까지 걸어왔다. 걸어오긴 했다만 아픈 것도 모른 채 절뚝거리며 걸어왔다.

잠시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겨 내 다리를 보았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 나는 그 상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상처 주변에는 조금씩 슬겨있는 흠집들. 생채기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아니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파오더라. 쓰라리고 따끔거리더라. 상처를 보니 눈물이 나더라. 내가 영웅이 아니라는 현실을 알게 되었고 나도 한낱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인정. 타협. 수긍. 굴복, 정체, 현실...

어쩌면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하기 싫은 것들. 존재하는 단어지만 부정하고 싶은 단어들이다.


아픔이 밀려오고 난 뒤에 찾아오는 것들은 수만 가지의 물음들이었다. 물음표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아주 원초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애매하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 큰 물음표가 되어서 다가왔다. 철학자나 대답할 것 같은 질문도 있었다. 가족, 집안, 금전, 이성, 사람, 인생, 미래 , 과거 등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미뤄왔던 질문들까지... 어쩌면 풀 수 없는 고차 방정식 같은 것들. 변수가 너무나 많아서 풀 수 없는 문제들 까지.

모든 게 나를 덮쳤다. 정리도 되지 않고 그냥 다락방에 쑤셔 넣은 잡다한 물건들처럼 내 머릿속에 질문들을 쑤셔 넣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으나 너무 막연하여서 일단 걸으면서 생각해보기로 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물음의 소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많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 힘들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 아프지 않냐고 도와주는 사람,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 사람, 그리고 자기일 처럼 생각해주며 눈시울 붉혀주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저 멀리서 같이 걸었을지도 모를 사람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나와 함께 걸었던 사람들이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괜찮다고 말하고 다시 걸어갔다.


고마움도 잠시였다.'내'가 걷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응원해줘도 '내'가 걷는 것이기에 나는 또 '나'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질문들을 정리해보았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바람에 녹아버린 질문들도 있었고 그들의 입김에 날아간 질문들도 많았다. 그리고 내가 망각해버린 질문들도 많았다.


질문들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열해 보았다. 떠오르는 것부터..




P20151216_155819376_E3DFD91B-B946-4D91-B800-5B7B6BA669FC.JPG 먹먹하다.


1_ 기숙사 vs 자취

2_ 노트북 구매 여부와 맥북 air vs 서피스 pro4
3_ 수강 커리큘럼 짜기

4_ 전기공학과 부전공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5_ 1/4 ~ 1/8 영어 자소서와 영어면접

6_ 알바를 어떤 것을 할지 언제 할지 어떻게 할지

7_ 계절학기와 재수강은 어떤 과목을 언제 들을지

8_ 서울에는 다시 언제 올라갈지

...

질문들이 더 있지만 하나씩 답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나다움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것들을 답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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