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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파도타기

시간은 짝사랑을 한다.

by JONGREE

시간은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시간은 일방적이다. 그래서

시간은 짝사랑을 한다.

왜냐하면 짝사랑은 일방적인 사랑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짝사랑은 한 방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시간여행을 꿈꾼다.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역방향 여행도 있다.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정방향 여행도 있다. 그리고 현재에서 현재로 가는 시간멈춤 여행도 있다. 당신은 어떤 여행을 꿈꾸는가?


파도(나)는 그렇다. 나는 과거로 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은 어렸을 적 추억이 담겨있는 장소로 가서 옛 생각에 젖어 하루를 보내곤 한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살았던 주택 ; 조그마한 마당이 있었고 담과 집 사이에는 좁은 길목이 있었다. 길목을 빙둘러서 오른쪽 길목 끝에는 뒷문이 있었고, 항상 잠겨있었다. 그곳은 주로 아저씨들이 가스통을 운반해서 주방에 연결시키러 가는 통로였다. 이층 건물이었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개방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 앉아서 우리 집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2층에는 다른 사람에게 세를 내어주었다. 2층 뒤쪽 통로를 통해서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물탱크였다. 그리고 가지, 고추 등 여러 가지 작물들이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나에게 이 옥상에서의 가장 재밌는 장난거리는 바로 물탱크였다. 높이는 성인 남자 어깨 정도였지만, 그곳에 올라가려면 사다리를 타야 했다. 사다리를 탈 때면 나는 인디아나 존스가 된 것 같아 신이 났고, 무언가 높은 곳에 올라가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대(大) 자로 뻗어서 눕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주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 조용하진 않지만 이내 조용해진다. 잡음들이 사그라든다. 그러다가 갑자기 들리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귀를 따갑게 하여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내려온다. 내려올 때는 조심하게 내려간다. 왜냐하면 다치면 올라간 것을 들킬 것이고 혼날 것 같아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그렇게 나는 조촐하게 일탈을 했다. 반항을 했고, 그것이 나의 낙이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 집이 사라지고 차가운 빌딩의 모서리 한 부분으로 변해있다. 나의 집 위로 콘크리트 벽이 '쿵'하고 떨어져 덮쳐버린 듯한 느낌이다. 아쉽다. 그래서 더 보고 싶다. 그래서 더 동경한다. 아직까지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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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동네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다니면서 안부를 묻고 다니고 싶다. 그들에게 웃으며 '어르신들 저 벌써 이만큼 컸어요. 장하죠? 시간 참 빠르네요.' 마음속으로 나에게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웃음을 보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동네 친구들이랑 장난치며 다니고 싶다. 우리만의 아지트에서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가끔 포장마차에 가서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우동 국물에 술 한잔 기울이면서 투덜거리는 것도 좋다. 그리고 조심히 들어가라며 '잘가'라고 한 뒤에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집에 도착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어제 투덜거리던 놈에게 삿대질하면서 놀리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좋다. 가끔 힘들 때는 동네 형, 누나들에게 손을 뻗어 구원을 외치는 것도 좋다. '형 이렇게 해도 돼요? 누나 이 여자 괜찮아요?' 하면서 그들의 어깨에 기대는 것도 좋다. 동네 맛집을 알고 있는 것도 좋다. 누군가 물어봤을 때, 혹은 놀러 왔을 때 내가 알려줘서 그 사람이 기뻐하며 먹는 표정이 너무 좋다. 동네 지리를 다 아는 것도 좋다. 지름길을 알고 다니는 것도 좋다. 그 동네의 역사를 아는 것도 좋다. 예전에는 이곳이 그런 곳이었다. 지금은 이거지만 옛날에는 다른 것이었다. 이런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렇게 흔적을 오래 남길 수 있는 동네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흔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는 변하지 않는 안식처 같은 '동네'를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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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과거의 향수를 맡으며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때로 돌아간다는 생각보다는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 그때로 돌아가 다시 생활하여서 지금의 나를 바꾸는 것보다는 그때의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싶어서 과거로 여행을 원하는 것 같다. 단지 그뿐이다. 예전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순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적을 남겨야 하며 그 흔적을 통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곤 해야 한다. 그 감정을 다시 느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우리를 되찾을 수 있으며, 그게 나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과거에 존재한다. 세상에 노출되지 않고 때 묻지 않은 존재. 그런 존재는 과거에 존재한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본능과 이성의 바탕은 바로 그 과거에 있는 '진정한 나'에서 뻗어나온다. 그런 검은 옥구슬 안에 나라는 물체의 본질인 "이데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검은 옥구슬 주변으로 검은 가지들이 뻗어 나온다. 그 가지들의 방향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환경과 우리들의 의지에 의해서 정해진다. 얼음이 얼면서 결빙이 뻗어나가듯 검은 가지들은 끊임없이 뻗어나간다. 그것들의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으나, 우리의 의지를 통해 어느 쪽으로 가지를 더 뻗게 할지는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자아는 형성이 된다. 그러니 지금의 내가 '진정한 나' 인지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되짚어 가는 게 맞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서 비슷하게 맞출 수 있는 방향으로 또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을 고찰하고 고찰하며 나를 바로잡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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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우리의 힘으로 다룰 수 없는 무언가 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지는도 모른다. 그것들 때문에... 그래서 가끔은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덕분에 그리워 하고 아쉬워 하는지도 모른다. 그것들 때문에... 그래서 가끔은 기쁘기도 하다.



CRUSH O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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