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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파도타기

삼청동을 가야한다.

by JONGREE

삼청동을 가야 한다.

삼청동을 가야만 한다.

지친 몸과 마음과 머리와 정신을 맑게 해주려면

늦여름, 초가을에 삼청동을 가야 한다.

밀린 사진도 찍고 밀린 글도 삼청동을 가야만 할 수 있다.


나는 내일.... 아니 오늘 삼청동을 가야만 한다.





"삼청동"

나에게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추억이 의미있다기 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내가 제일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가장 좋았던 곳이 삼청동이었다. 좁은 골목골목에 들어서있는 카페와 가게들 그리고 느리게 걷는 내 모습이 느껴지면 그것만큼 여유로운 삶이 없었다. 그래서 자주 갔던 곳이 삼청동이었다. 내가 걷는 길이 있었다. 항상 그 길을 걸었다. 순서는 다를지언정 항상 그 길을 걸었다. 가끔은 다른 길을 걷기는 했으나 항상 마지막은 그 길이었다.


"삼청동"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끝마치면 가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삼청동은 가장 가까운 공항이다. 떠나는 곳이기도 하고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는 그런 도돌이표 같은 공간이다.


"삼청동"

내가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고, 나를 성찰하러 오는 곳이다. 둘이 오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오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 카페에 박혀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낮에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밤에 걷는 것도 좋아한다. 밤에 걷는 삼청동길은 낮보다 시끄럽다. 집에서 들리는 부엌 소리와 밥하는 소리 그리고 그 냄새라 거리로 새어 나온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 담느라 바쁘다. 서울살이를 하는 나에게 그 정겨운 소리는 추억의 소리였고, 사랑의 소리였다. 동경의 대상이었고 결핍의 대상이었다. 그것들이 필요하였고 그것들을 원하였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러한 상상의 대상이었다. 그것들을 느끼기 위해 밤에 걷는다. 더위도 없고 선선하니, 천천히 걸으면 그만큼 좋은 산책 길이 없다. 낮에는 노래를 듣고 가지만 밤에는 발걸음음 들으며 간다. 가방 하나 메고 여행지에서 여행하듯이 천천히 걸으며 다니는 내 모습은 방랑자 같을 수 있을 것이다.


"삼청동"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삼청동을 나는 내일 가야만 한다.

나는 내일 삼청동을 간다.


가방, 카메라를 가지고 털레털레 걸어 다닐 것이다. 그리고는 카페에 들어가 밤늦게 까지 있다가 삼청동의 그 길을 한번 더 걷고 밤하늘을 쳐다볼 것이다.


가을의 삼청동을 제일 좋아한다. 은행잎으로 물든 노오란 삼청동을 제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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