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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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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REE Aug 29. 2016

파도타기

다시 찾아온 자괴감

            "안녕하세요"

            "안녕"

가볍게 인사 나누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회색 안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에게만 보이는 나쁜 기운이 감도는 회색 안개. 그 안개를 비집고 너를 보기 위해서 저절로 찌푸려지는 인상. 그렇게 마주친 너와 나는 당연히 화창한 날과는 다르게 마주하게 된다. 




                        "차분해 보인다"

                        "현실 속에 살아서 그렇지 뭐"

그렇게 대답한 내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다. 벌써부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몹쓸 사회에 욕을 한 바가지가 하고 싶다. 그것도 잠시 내 머리에는 두 개의 단어만 맴돌게 된다. 

                                                                       "취업" "인턴"

이미 내 목을 조여 오는 두 개의 단어들이 무섭고 두렵기 시작한다. 연락 한 번 안 하다가 이럴 때 즈음 연락을 하는 내 모습을 마주한다. 


더럽다. 


만약에 내가 너라면 나라는 모습이 얼마나 더럽게 보일까. 내가 느끼는 내 모습이 벌써 더러운데, 구역질 나네.

나는 이제야 안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안개는 내 몸에서 나오는 더러운 가스였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회색 빛을 띠고 텁텁하게 느껴지는 공기층. 그것은 내 몸에서 나오는 가스였다. 당연스럽게 내 몸에서 나오는 가스와 나를 바라보는 너는 안쓰러워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인사를 건네는데 인상이 찌푸려져 있으면 말 다했다. 누가 대화를 하고 싶을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다. 당연히 내 목을 죄여 오는 

                                                            "취업" "인턴" 

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내가 나 자신에 자신이 없으니 초라하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이럴 때 사용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던지는 질문에도 자신이 없으니 초라하다. 맥알이가 없이 푹 처지는 오이지 같은 질문들. 그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너는 당연히 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짜증이 난다. 함께 준비했던 너와 나지만 나는 떨어지고 너는 붙었다. 승리자와 패배자.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벌써 승리와 패배가 정해질까?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마음은 이미 굴복감과 자괴감에 치이고 치여 형태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것이라고는 맥알이 없는 오이지 같은 아이 하나. 그렇게 나는 자괴감에 밀려 부서져 버렸다. 거울을 보면 더러운 내 모습이 보인다. 울지도 못하고 눈물을 감추며 다시 엿같은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술이 땡기는 날이다. 푸욱 나를 술의 파도에 적시고 싶다. 그러다가 술에 잠겨 술이 움직이는 대로 울렁거리는 미역이 되고 싶다. 내 더러운 가스를 술로 씻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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