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간단히 소망이 소개를 하자면요. 몇 달 뒤면 만 4살이 되는 엉아 고양이이고요. 그루밍을 즐기는 편이지만, 사실 딱히 깔끔하지는 않은 털털한 고양이입니다. 참고로 MBTI는 ESFJ, 사교적인 외교관이예요(가끔 소망이 MBTI 어떻게 했냐고 묻는 분들이 계시던데, 제가 소망이로 빙의해서 검사했습니다).
소망이는 아침 7시가 되면, 침대에 누워있는 제 가슴팍에 뛰어 올라와요. 그러고는 '고롱고롱' 소릴 내며 골골송을 부릅니다. 최근 6kg를 돌파한 덕분에 등장하는 순간, 깰 수 밖에 없어요. 아주 묵직하거든요.
하지만 게으른 인간은 어찌저찌 잠을 이어보려 애쓰죠. 그러면 소망이는 기지개를 펴는 척 하며, 솜방망이 같은 손을 벌어진 제 입에 쏙 넣습니다. 아니, 이 발은... 똥 싼 모래도 덮고, 오줌 싼 모래도 덮는 그 발 아니야? 저는 정색하며 눈을 뜹니다. 그러면 소망이는 마주친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골골송을 불러요. '앗, 실수!' 하는 (얄미운) 느낌이랄까요.
결국 잠에서 완전히 깨버린 제가,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 아침도 다르지 않았어요. 소망이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고 돌아서서, 저도 따순 물을 한 잔 마셨습니다. 소망이가 토록토록 사료를 골라 먹는 소리를 들으면서요. 잠시 후 소망이는 자기 화장실로 가더니 볼일을 보고, 모래로 '스륵 착, 스륵 착' 소릴 내며 덮더라고요. 저도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변기에 앉아 가만 생각하니 좀 웃기더라고요. 함께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각자의 화장실에 앉아 일을 보며 동시간대를 보내는게요. 우리는 너무나 귀여운 생명체들이구나. 따로 또 같이, 성실히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지친 날에는 먹고 마시는 일, 자는 일, 싸는 일. 삶을 위해 필요한 이런 기본적인 일들조차 너무나 번잡스럽고 벅차더라고요. 제게 그런 순간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분명 그런 순간을 또 맞닥뜨리게 되겠죠?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저는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아요. 소망이와 제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성실했던- 이 순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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