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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사이로 Feb 28. 2023

돈, 좋아하는데요?

돈은 크게 괘념치 않는 사람 같은 느낌이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골 폐가를 산 사람이라서일까요. 도시의 힙한 곳들보다 시골 풍경을 좋아해서일까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서일까요. 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습니다. 


아니에요, 저 돈 좋아합니다. 많이 벌고 싶기도 하고요.


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 취향이나 선호보다 처지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애정하는 존재들이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참지만은 않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던 경험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요. 그래도 단호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는 동안 '순자산 N원, 연봉 N원'을 향해 달리지는 않을 거란 것입니다.


세상은 제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더 예쁘고 비싼 물건을, 더 멋진 차를, 더 넓고 좋은 집을 욕망하라고요. 하루에 몇 시간 투자해서 몇 억을 벌 수 있는데, 그런 걸 하지 않는 당신은 미래에 아주 불행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콘텐츠도 많지요. 그 이야기들을 가만 듣자면, 마치 돈 안에 행복이 꼭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 계절을 느끼며 익숙한 골목길을 걷는 일이 좋습니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동네 국숫집에서 국수를 먹는 저녁도요. 좋아하는 사람들, 반려묘 소망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소중합니다. 수풀집 마당에서 뛰노는 마당냥이들을 바라보고, 지하철 역사의 드는 한 조각의 볕을 서두르지 않고 즐길 때- 행복합니다.


이 모든 일에 돈이 필요합니다. 국수 값, 소망이와 마당냥이들의 사료 값, 지하철비는 물론이고 공간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이 들지요. 돈 안에 행복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각자의 기준에 맞는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돈을 좋아합니다.


필요한 것을 좋아하고 지향하는 게, 싫어하고 멀어지기 위해 애쓰는 일보다 좋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직 돈''을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 일만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쓸 돈 보다 누군가에게 부칠 사랑이 더 많은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의 일과 일터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내내 이 마음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고유한 나로 일하며, 나와 내 반려동물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고, 밝고 맑게 돈을 좋아하는 마음을 지킬 수 있으며, 오늘 하루를 소중히 꾸릴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마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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