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지 한 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하루도 운동을 하지 못했다. 전날 10시쯤 잠들기에 6시에 일어나더라도 자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데 이상할 만큼 몸이 무겁다. 최선을 다해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갈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새벽에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러울지도 모른다. 이렇게 몸이 무거운데 지금 운동을 했다간 오늘 하루 종일 피곤함에 짓눌릴지도 모른다.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 운동을 하러 나가도 운동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고 시간낭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밖에도 몇 가지의 이유를 더 떠올리고는 7시에 알람을 맞춘다. 내일은 꼭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런 경험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굳이 운동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처음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자주 실패하곤 한다. 돌이켜보면 우스운 핑계에 불과하지만 핑계를 떠올릴 당시에는 그것들의 설득력에 저항하기 어렵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 사실처럼 느껴졌을까? 오늘은 생각이 우리에게 얼마나 사실처럼 다가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생각은 대체로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겉보기에 비합리적인 생각도 결국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끊이지 않는 걱정과 불안은 미래에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이 너무나 사실처럼 느껴져서 일상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나머지 현재를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어떤 생각이든 그 생각이 사실이라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떠올린 생각에 사로잡혀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 생각이 가진 특성 중 하나는 평가적이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결론이 내려져 그것이 나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판단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다음 생각에 대한 방향이 잡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믿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사로잡혀 버린다.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를 떠올리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이 과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내려진 판단을 쉽게 부정하지 못하게 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ACT(수용전념치료)에서는 '생각을 통해서 본다'라고 말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라는 색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오해를 하고 착각 속에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만들어낸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나에게만 불행이 찾아온다고 굳게 믿고 만다. 때문에 우리는 '생각을 통해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생각을 보아야 한다'. 스스로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색안경을 벗는 순간 세상은 마법처럼 달라 보일지 모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생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실험을 해보려 한다.
머릿속에 우유를 떠올려보자. 우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우유의 맛과 냄새, 촉감 등을 한번 떠올려보라. 누구는 우유를 좋아할 수도 있고, 누구는 소화를 못해 기분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유에 대한 생각이 어떻든 상관없다. 자신이 가진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이제 30초 동안 우유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반복해 말해볼 것이다. 이때 최대한 빨리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 30초 동안 우유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최대한 빨리 말한 후, 우유라는 단어에 대해 느껴지는 것을 기록하면 된다. 준비가 되는대로 시작해 보자.
해보았는가? 30초 동안 우유를 최대한 빨리, 소리 내어 반복해서 말해보니 느낌이 어떠한가? 실험을 하기 전, 우리는 우유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한번 떠올려보았다. 그때의 느낌과 비교하면 우유에 대한 느낌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처음 우유를 떠올렸을 땐 단어와 함께 우유가 가진 속성들이 함께 떠올렸다. 우유의 이미지와 맛과 냄새, 우유에 대한 선호와 관련된 기억 등이 떠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유를 반복해서 빠르게 말하다 보면 우유라는 단어와 우유가 가진 의미가 분리되기 시작한다. 급기야 우유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생각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은 언어와 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언어 없이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언어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의미이지만 우리는 생각에서 언어와 의미를 분리해내지 못하기에 생각 자체에 사로잡혀버린다. 그렇게 생각은, 내 경우에는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을 핑계들은, 우리에게 사실로 다가온다. 사실이라고 여기기 시작한 이상 그 생각을 거부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ACT에서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생각에서 의미를 분리해 내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에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방법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다른 방법들은 앞으로 천천히 더 소개할 예정이다.
생각과 감정에 거리두기
생각과 감정이 사실이 되어 우리를 사로잡기 전에 의미를 분리해 내는 방법이다. 예를 드는 것이 가장 설명하기 쉬워 보인다. '나는 내일 아침에 운동을 할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보자. 이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제하면 된다. '나는 내일 아침에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이와 비슷한 양식을 몇 가지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 나는 00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 나는 00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
- 나는 00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어.
- 나는 00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있어.
- 나는 00하는 습관을 알아차리고 있어.
'나는 우울하다.'와 '나는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는 두 문장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상당하다. '나는 우울하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우리를 사로잡지만, '나는 우울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라는 말은 감정으로부터 한걸음 떨어질 여유를 만들어준다. 나의 감정에 대한 하나의 사실을 전달하는 문장일 뿐이다. 이렇게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연습은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을 기회를 제공한다.
두 문장의 의미를 구분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위와 같은 방식으로 그때그때 바꾸는 것은 꽤나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습관화가 필요하다. 시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한 주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을지라도 천천히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