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커피와 스타벅스의 굴욕

평점 5.0 로컬 카페의 위엄

by 윤소라


뉴질랜드에 살며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어느 동네 이름 모를 카페를 들어가도

커피 맛이 평타 이상은 친다는 거다.

심지어 키즈카페 커피마저도 맛있다.



푸드 트럭이든 오락실이든 도서관이든

커피 전문점이 아닌곳에서 라떼를 시켜도

꼭 이렇게 멋진 라테아트는 기본 장착이다.



더욱 신기한건

뷰가 환상적인 명소나 호텔이라 할지라도

커피값이 유독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뷰가 좋다고 해서 따로 '뷰값'을 붙이지도 않고,

부수적인 공간이라고 해서 커피 맛을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화려한 메뉴의 스타벅스가

이곳에서는 유독 기를 못 펴는것 같다.


크라이스트처치에도 큰 몰에 가면 스타벅스 매장들이 눈에 띄인다.


한번은 리카튼 몰에 장을 보러 갔다가

반가운 초록색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먹은 아이스라떼가

놀라울 정도로 맛이 없었다.


바리스타의 숙련도 문제인지 원두가 별로인건지

목이 말라서 큰 사이즈를 샀는데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어쩐지 매장에 현지인보다는

나같은 뜨내기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더니..




2000년 전후 스타벅스가

뉴질랜드와 호주 시장에 진출할 당시,

본사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워낙 커피 애호가가 많은 나라인 만큼,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앞세운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빠르게 브랜치를 확장한 스타벅스가

현지의 커피 문화 벽에 부딪히며

엄청나게 큰 손실을 입었다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곳 사람들의 커피 기호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호주나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에스프레스 본연의 맛을 즐기는 플랫화이트나

카푸치노같은 근본 메뉴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스타벅스는 다양하고 달콤한

베리에이션 음료를 선보이는데

그런 컨셉이 아마도 본질에서 벗어난 커피,

혹은 아마추어같은 취향으로 비춰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호주나 뉴질랜드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들이 곳곳에 많은데

이곳 사람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곧 사회적 관계와 같아서,


단골카페에서 바리스타와 인사를 나누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문화가

일상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의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은

그들만의 견고한 감성을 파고드는데

실패한 듯 싶다.


또한 뉴질랜드 커피는

뷰가 좋은 호텔 카페든

길거리 로스팅 샵이든

마치 공공재로 약속이나 한듯

그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일정하다.


스몰 사이즈 기준 $5~$6 정도면

수준급의 로컬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비싸면서 맛은 떨어지는 스타벅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저런 이유로

스타벅스는 이곳에서 영 힘을 못쓰고

유학생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그런 카페로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스타벅스에 당한 후

집 근처 카페들 탐색하는게

요즘 삶의 낙인데

근방에 무려

구글지도 평점이 5.0인 카페가 있길래

궁금해서 다녀와봤다.


Olympia, 183 Papanui Road, Merivale, Christchurch

'올림피아'라는 카페인데

거창한 이름과 달리

건물 한 귀퉁이에 쑥 들어가 있어서

밖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고,

내부는 아주 협소해서 편히 앉을 장소도 없는데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게 참 신기하다.


주인장이 줄서있는 손님들과 익숙한듯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역시 놀라웠다.


메뉴도 몇개 안되고

온 사람들 역시 대부분

라떼 혹은 플랫화이트를

줄지어 주문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스타벅스의 그 휘황찬란한 메뉴들이

이곳에서는 큰 힘을 못썼겠구나 싶다.


고유의 커피부심과 문화를 지키는 모습이

멋지기도 하고,

과하지 않은 커피 문화가 심플하니

나에게도 딱 알맞은것 같아서 좋다.


그나저나 뉴질랜드는 플랫화이트의 본고장이라는데

한국에서 먹던것보다 훨씬 진한 맛에

밤에 잠이 안와서 혼났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제 스몰 사이즈 라떼에 정착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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