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년 살기 중, 아이랑 어디를 가볼까?
가을로 진입하는 뉴질랜드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주말에 집에만 있기엔 죄책감이 든다.
토요일 아침, 늘어지고 싶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주먹밥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이 좋아하는다는 윌로뱅크로 향했다.
집에서 월로뱅크까지는 차로 15분 남짓
크라이스트처치는 아담한 도시라
어딜 가든 30분 이내면 도착한다.
나같이 기동성 떨어지는 엄마에겐
최적의 도시인 듯하다.
정확한 명칭은
'윌로뱅크 야생동물보호지역'
운영시간은 9시 반부터 5시까지
주말이라 늦게 가면 먹이가 떨어질까 싶어
오전에 서둘러갔는데
나중에 보니 오후 2시 이후에도
장어먹이 외에는 다 남아있었다.
입장료는 어른 $36, 아이 둘 각각 $13
먹이까지 총 70달러를 결제하고 들어갔다.
좀 더 바지런하다면 최소 하루 전에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하고 가면 좋을듯하다.
어른 기준 5달러 정도 저렴하다.
뉴질랜드는 아이 셋이 기본이라 그런지
어딜 가나 어른 둘에 아이 셋이 한 세트이다.
그렇게 다섯 명을 묶어
연간회원권으로 결제할 수 있는데,
나처럼 엄마 혼자 온 가족이 있다면
다른 가족과 함께 조인하여
연간회원권을 끊어 나눠 결제해도 좋을듯하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공간도 잘해놓아서
연간회원 끊어놓으면 쏠쏠히 잘 쓸 것 같다.
각자 지도를 한 장씩 챙겨 들고 입장해
긴 연못을 따라서 쭉 들어가니
초입부터 장어와 오리 떼가 맞이한다.
오기 전에 검색한 블로그에서 보지 않았으면,
나는 그 물고기가 장어인 줄 몰랐을 것 같다.
아주 까맣고, 다리통만 하게 크고 굵은데
그 큰 장어들이 마치 돌고래마냥
물 밖으로 입을 내밀며 먹이를 갈구한다.
장어 먹이는 수저로 떠서 주는데,
꼭 아기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걸 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장어도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을까?
크기가 커서 덮밥으로 해 먹으면 든든하겠다는
나의 불손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새 먹이를 산 둘째가 먼저 먹이를 풀자,
오리들이 줄지어 따라온다.
추종자가 생기는 게 좋은지
먹이를 헤프게 푸는 둘째에게
적당히 주라고 하니,
자기는 새들의 왕이 되고 싶다고 한다.
뭐라니
ㅎㅎㅎ
멸종 위기종이라는 에뮤도 3마리나 돌아다니고,
예쁜 새와 백조와 신기한 오리들을 만났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길 안쪽으로 마구 들어와서 쫓아오길래
발에 밟힐까 조심조심 걸어갔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동물농장이 나온다.
이번엔 첫째의 먹이타임
바닥에 던져서 주는 게 아니라,
손바닥에 놓거나 펜스 위에 올려두면
동물들이 익숙하다는 듯, 아주 순하게 받아먹는다.
웬일로 깔끔쟁이 첫째가
한참을 손으로 양과 알파카에게 먹이를 주면서 교감하더니만
나중에 손에서 냄새가 안 빠진다며 손을 또 백번 씻고,,,,
아오.. 증말...
손 씻는 건 알겠는데 짜증은 내지 말아 줄래? ^^
동물원 중간쯤 도착하니
간단한 스낵을 파는 공간과
벤치들이 나온다.
집에서 싸 온 주먹밥과 과일을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든든하게 먹은 후
궁금한 키위새를 보러 이동했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새로
뉴질랜드 국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멸종 위기종인 만큼 뉴질랜드에서
이 작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나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는지
그 엄격한 관리 시스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키위새는 야행성이라 밝은 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터널처럼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서면
키위들을 만날 수 있다.
소음 금지, 촬영 금지, 불빛 금지
가끔 운이 나쁘면
키위새 구경에 실패했다는 후기도 보았던 터라,
혹시나 아이들이 실망할까 봐 내심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
숨을 죽이고 유심히 살피자,
어둠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키위새들의 모습이
마침내 눈에 들어왔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
한참을 가만히 서서, 조용히 바라보며
귀여운 키위새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더 소중하게 만나서 그런 걸까,
키위 터널에서 나오니 아이들 눈빛이 하트로 변해있다.
둘째는 자기의 영어 이름을 '키위'로 하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마지막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던
기념품점 구경 타임
매번 사주지는 않으려고 하지만,
내가 봐도 갖고 싶은 것들이 참 많다.
결국 각자 취향에 맞는
키위새 인형을 한 마리씩 득하고
안에 있는 카페에서 나는 힐링의 라떼 한잔,
아이들은 감자튀김을 한 접시 먹은 후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웠는지
먹이 한번 더 사들고
공원 한 바퀴 더 천천히 돌고
문 닫을 즈음 나왔다.
생일 파티는 전혀 생각이 없다는 첫째가
너무 좋아하며
여기서 생일파티를 하는 건 좋을 것 같다고 하길래
갑자기 내 마음이 또 분주해진다.
음..당장 다음 주인데? ^^
참고로 뉴질랜드는
키즈카페, 수영장, 동물원 할 것 없이
아이들 생일 파티 프로그램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장소 대관부터 아이들 간식까지
패키지로 해결되니
엄마 입장에서는 참 효율적으로
생일 파티를 치를 수가 있다.
윌로뱅크는 한 바퀴 도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한 규모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서
동물들과 충분히 교감하고 싶다면
반나절 이상,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