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벽도 결국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답답해도 나를 지켜줄 거라 생각했던 벽, 나를 봐서라도 무너지면 안 됐었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부부, 가정이 무너지고 있었다. 엄마도 혼자 눈물을 훔치는 밤들이 많아졌고, 아빠도 울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인 것 같던 아빠마저도.
아빠는 혼자 꼼장어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날밤 울었다. 나의 앞에서. 어린 나는 꼼장어도 아빠의 울음도 처음 보았다. 부모의 눈물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어렸으니까. 하기야 나는 내 울음 조차도 왜 눈물이 이렇게나 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때니까.
어느 밤, 잘 자다가 깨버렸다. 누가 네 앞으로의 인생을 귀띔 해줄 테니 일어나라는 듯 나를 깨운 것 같았다. 몇 마디 이상은 대화를 하지 않던 엄마 아빠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혼, 양육권, 양육비, 하나 같이 듣지 않았으면 싶었던 단어들. 왠지 아직도 모른다. 그냥 듣고 있다가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냥 크게 울어도 됐는데, 이미 잘 다듬어져 있던 어린 나는 엄마 아빠에게 내가 자다 깨서 울고 있는 걸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빠르게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뒤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잠이 들었다.
며칠 뒤,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다. 양념갈비, 그날이었다. 날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고 나를 지켜주기도 했던 벽이 무너져 내린 게. 그날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다. 차 뒤쪽에 파일 하나가 있었다. 자식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별 수 있나 봐버렸다. 이혼서류였다. 이혼을 하고 맛있게 양념갈비 외식을 한 것이다.
자다 깬 밤에는 눈물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흘렀는데, 현실감각이 없어진 건지, 그걸 보고는 울지 않았다. 아마 자다 깬 그날 밤, 흘릴 눈물을 다 흘리며 잠들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