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 3

by Noah

통기가 안 되는 화분 속 나는 과습으로 썩어들어가고 꽃은 터지지 못한 채 말라만 갔으나 대신 온 집안에 아름다운 곰팡이 꽃은 곳곳에 터져 올랐다. 겨울이 왔다. 어둡고 습한 그곳, 지하에. 겨울에 웬 곰팡이일까.


철부지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가. 철이 지나는 것을 모르는 사람, 철부지. 어린 나는 그저 철부지고 싶었다. 그러나 철부지일 수가 있나. 집안에 겨울이 파고드는 것을. 겨울인데 결코 건조한 바람만이 파고 들지 않았다. 빌라는 왜 그런지 지금도 잘 알 수가 없다. 빌라는 유독 심하다. 결로현상. 여름은 여름대로 난리였다. 장마. 결국 한 쪽 방이 마치 나를 보는 듯 해서 피식 웃음이 나오곤 했다. 방에 들어가면 장판과 바닥 사이에 고인 물이 질퍽, 소리를 내며 물이 어디론가 어떻게든 흘러 나왔다. 벽지는 온통 곰팡이 플라워 패턴의 화려한 벽지. 맞다. 만조. 그 방은 만조였다. 마치 서해처럼 파도치지 않고 잔잔하고 고요하게 스며들어 만조를 이룬 방. 모두들 박수를 쳐야한다. 자연이 만든 오케스트라, 브라보!


어라? 가만 생각해보면 철부지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만조는 젊은 엄마의 눈물의 초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려 와있던 엄마의 엄마가 딸을 바라보며 흘린 눈물로 만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나는 사춘기가 맞았다. 사춘기가 내 눈을 가려 나는 몰랐을 것이다. 사사건건 할머니한테 소리, 소리를 지르며 바락바락 대들곤 했다. 매번 딱히 별 이유는 없었다. 변성기가 와서 듣기 싫은 쉰 목소리로. 쉰 목소리라 크게 소리도 못 내는 자그마한 놈이 목이 터져라.


그냥 싫었다. 모든 게 다 싫었다. 한 치 건너 두 치라고 엄마에게는 그렇게 소리도 못 지른 거 같다. 엄마가 퇴근하고 오면 엄마에게는 그저 엄마의 눈치를 보는 아들이었다. 그땐 만만한 게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의 젊은 딸은, 그러니까 내 엄마는 메라이도 울리지 않을 작은 언덕처럼 보였기 때문에 거기에는 무슨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도 변태해야하는 나는 또 어딘가의 목피를 벗겨 가지 하나를 뻗었을 것이다. 울렁이는 만조를 품은 그 두 여인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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