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깐 무너져 있을 뿐 언젠가 다시 완벽하고 안정된 형태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그때는 아빠가 든든했다. 마치 무너진 건물 안에서 언젠가는 능력이 생기면 엄마와 나를 끌어안아 올려 살려내 줄 슈퍼맨처럼. 그리고 그것의 믿음의 증표가 나는 아빠가 항상 건네 주었던 작은 생일 선물들, 크리스마스 선물들이라고 생각했다. 힘들어 하는 엄마를 보면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하는 생일 선물들,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아빠에겐 말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결론적으로 슈퍼맨이 아니라 부모는 다 똥파리였고, 쓰레기 같은 희망이었던 것을. 변태중에 작은 선물들로 그렇게 희망이라는 쓰레기를 아주 가끔 쌓았던 것이다.
어느 해는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씨디에 영화 몇 편과 음악들을 담아 주었다. 아빠는 알았던 것이다. 쿱쿱한 아들의 그 삶속에서 음악만이 아이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친구라는 것을. 실제로 그랬다. 학교 생활도 적응 못 했고, 이전의 삶들을 그리워 하며 몸과 마음이 아플 때,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고 싶어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살았다. 레드 제플린, 이글스,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공연 준비 영상 등. 작은 쪽지와 함께... '뮤지션을 꿈꾸는 네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그랬다. 또 다른 희망이 있었다. 뮤지션을 꿈꿨다. 어떤 형태로든 음악을 하고 싶었다. 가장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한 게 만들어주는 나의 유일한 친구를 잡고 싶었던 것.
희망 같은 것들을 잠깐 꿈꾸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