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엘뻬뇰에서의 추억 한 장
그 날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엘뻬뇰 -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바위산이라고 해야 하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바위가 갑자기 툭하고 솟아올라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사실 좀 당황스럽다고 해야 할까.. 이건 뭐지? 도대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솟아올라 있지?
이 놀라운 자연현상은 뭐야? 이런 느낌이었다.
이 엄청난 바위산 엘빼뇰은 어마 무시한 7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정상을 만나 수 있다.
그리고 정상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 이 곳은 나 같은 배낭여행자들에게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코스 인가 보다.
그 복잡한 정상에서 메데진에서부터 버스를 같이 타고 온 가족들을 다시 만났다.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훈남 세 아들.
버스에서 내 옆, 창가 자리에 앉은 막내아들은 창밖을 구경하고 싶어 하는 나를 눈치채고는
아주 귀여운 미소와 수줍은 표정으로 뜨거운 햇빛 쬐는 것을 감수하고 커튼을 활짝 젖혀 주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
정상에서 다시 만난 그들이 나를 알아보고는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리고는
"너는 어디서 왔어?"
" 난 한국에서 왔고 지금 여행하는 중이야."
" 혼자?"
"응. 혼자."
그들은 한결같이 모두
Por qué? (뽀르께?)
"왜?"
라고 묻는다.
" 가족들은? 연인은 없어? 왜 혼자야?"
혼자 여행하는 나를 아주 신기해한다.
그 이유를 설명할 만큼의 스페인어 실력이 되지 않기에 웃음으로 무마했다.
그리고 모두들 환한 미소와 함께 추억 한 장 -
숙소로 돌아와 이 날의 사진을 정리하는데, 그들과 찍은 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한참 생각했다.
함께 있을 때는 가족이기에. 완벽한 내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남들한테 보다 더 못할 때도 많고 상처도 주지만, 또 이렇게 좋은 것들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구나 -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는 애증이 묻어 있는 것 같다.
사랑과 미움이 함께 하기에 더 특별하고 아름다운 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