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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애도 중

by 김작가입니다

3주 후면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이다. 작년 이맘때는 작년의 작년을 생각하면서 엄마가 보냈던 시간을, 엄마를 보내야 했던 시간들을 곱씹고 되뇌고 기억하려 애썼는데 지금은 어떤 기억들은 조금 옅어지기도 하고 더듬더듬 찾아가야 하는 기억들도 생긴 것 같다. 시간이 흐르는다는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작년의 이 시간을 너무도 무겁고 깊고 힘들게 보냈던 터라 다시 흘러간 1년의 시간이 이번엔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1년이 더 지났다고 작년보다 수월하긴 한데 그렇긴 한데 그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옅어지는 어떤 것들을 아쉬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빠는 이따금씩 엄마와 함께 여행했던 곳을 다녀올 때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가 다녔던 서울 병원을 왜 다시 가보고 싶은 지 모르겠다. 병원이란 곳이 그리 좋은 기억을 주는 곳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나에게는 겨울보단 봄을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아마도 그곳이 엄마에게 봄을 가져다주는 곳이었음 했나 보다.

평소보단 엄마 생각이 많이 나기는 한다. 청소를 하다가, 밥을 하다가, 아침에 늦잠을 자다가, 엄마의 필체를 보다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문득문득 그렇게 된다. 막상 엄마의 사진을 볼 엄두는 안 나지만 옅어지려 하는 기억에 다시 덧칠을 하게 된다.


오늘은 조금 더 그리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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