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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6

그리움

by 김작가입니다

1. 얼마 전 대표님의 출장건으로 서울에 숙소를 예약할 일이 있었다. 조찬모임이었기에 행사 장소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아야 했는데 그게 강남이고 삼성역 근처, 엄마가 다니던 병원과 멀지 않은 곳이다. 숙소로 찾다 보니 어딘가 낯이 익은 호텔이 보인다. 엄마와 함께 한 번 묵은 적이 있던 호텔이다. 아마도 병원 검사 일정이 늦어지고 기차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급하게 잡아서 갔던 숙소였던 것 같다. 괜스레 반가웠다.


2. 어제는 출장으로 코엑스를 갈 일이 있었다. 오랜만에 서울행이라고 적으려 했는데 지난 구정 때 다녀왔으니 되게 오랜만은 아니었구나 서울에 터를 잡고 살고 싶지는 않은데 얼마간은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여하튼 서울 공기는 주기적으로 마셔줘야 하는 거 같다. 서울을 간 김에 것도 엄마가 다닌 병원이랑 멀지도 않은 코엑스를 간 김에 살짝 농땡이를 치고 병원을 후딱 다녀와 볼까 싶었지만 나는 착실한 직원이니 농땡이는 없는 걸로.


3. 출장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길, 분명 아는 길이

아닌데 어딘가 익숙함이 스며들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 병원 옆을 지나고 있었다. 저 길로 올라가면 장례식장을 지나서 암병원이 나오는데 하며 혼자 생각했다.


4. 오늘은 저녁 당직이어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언니가 산책길에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곧 있을 그리고 일주일 차이가 나는 아버지 생신과 엄마의 기일을 앞두고 일정은 어떻게 할는지,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올해도 바쁠 예정이라며 내 이야기를 쭈욱 늘어놨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너무 내 얘기만 늘어놨나 싶어 약간의 민망함과 미안함이 올라왔다. 언니가 정작 묻고 싶었던 건 엄마의 두 번째 기일을 앞둔, 첫 번째 기일을 아주 딥한 상태로 보낸 동생의 안부가 궁금해서였을 텐데 그 얘기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 언니에게 그제 쓴 글을 전달하며 너무 내 얘기만 한 거 아니냐며 카톡을 보냈다. 내 얘기를 들으려고 전화했다는 언니의 문자에 마음이 또 울컥한다. 내 감정 알아차림이 늦은 나는 또 그제야 내 마음이 들여다봐진다.


5. 엄마랑 갔던 그 수많은 장소 중에서 나는 왜 병원이 가고 싶은 건지 그 이유를 언니와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됐다. 8년을 다녔던 병원이고 그곳에서 엄마와 벚꽃도 보고, 쨍한 매미 소리도 듣고, 무릎 위로 떨어지는 낙엽, 쌓여있는 눈도 8년을 함께 봤다. 병원에서의 기억도 추억이라고 그 기억이 조금씩 옅어지는 게 당혹스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기억에 다시 덧칠을 하고 싶어 병원이 그렇게나 가보고 싶은 가 보다.


6. 언니와 대화를 끝내곤 유퀴즈를 보며 빨래를 정리하다 금세 눈물 뚝뚝이다. 곧 있으면 아빠가 오실

시간인데 조금만 울자, 울은 티는 내지 말자 싶었다. 작년에 비하면 아주 멀쩡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조금의 예민함과 딥한 감정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던 거 같다. 뜸했던 글을 또 쏟아내듯 적는 걸 보니 속에 거둬낼 감정이 많긴 한가보다.


7. 그래서 나는 지금 힘든 건가, 왜 울고 있나 싶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난 그저 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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