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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이랑 안 맞는 ISFP

by 김작가입니다

1. 직장 동료가 DM으로 링크를 하나 보냈다. 회사생활이랑 안 맞는 MBTI 순위였다. INFP인 그는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ISFP인 나는 3위에 올랐다. 회의 시간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의 표정은 사실 혼이 빠져나간 상태였음을 새삼스레 알았다. 우린 어떻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거냐며 서로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최근 가볍게 해 봤던 검사에서는 ISTP 혹은 ISTJ가 나오기도 했다. 순위를 찾아보니 ISTP는 13위, ISTJ는 14위이다. 16개 중에 13,14위이니 꽤나 회사생활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아니 적합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 작은 탄식이 나왔다. 명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실이 반갑지 않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원치 않는 방법과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은 변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게 여전히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잃어가기도 하고, 혹은 또 다른 내가 완성되고 있는 것도 같다. 언젠가는 그 변화의 완성이 반겨지는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 그때는 또 그 나름의 내가 만족스러운 순간도 올 것 같다.


2. 글을 적고 있는 걸 보니 이제야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나 보다. 4월에는 지원 사업 신청서를 내느라 정신없이 보내고, 10월이 되면서는 사업이 마무리되고 보고서 덕분에 또 정신없는 몇 주를 보냈다. 이 내용이 맞는 건지, 이렇게 적어도 통과가 되는 것인지, 이런저런 내용들을 적으라고 안내는 되어있지만 그게 안내인지 풀어야 하는 또 다른 문제인지 모르겠는 순간이 종종 생긴다. 몇 번의 수정을 거친 후 최종 완료 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으니 어떻게든 일이 끝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3. 또 하나 다행인 것은 빈틈없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글을 적어야 한다는 혹은 글을 적고 싶다는 의무과 욕구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전히 나와 주변에 대해 관찰과 생각을 하고 있고 고민을 하고 살고 있다는 증거다. 마감 기한과 그 기한 안에 끝내야 하는 과업들,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만 머릿속에 가득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틈을 비집고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4. 회사생활에 맞지 않는 ISFP의 나와 회사생활에 적합한 ISTP가 적절하게 자리싸움을 하는 덕분인 것 만 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속도조절을 적당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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