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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Jul 10. 2022

아빠는 슈퍼맨이었을지도

작년 가을 지인들과 함께 주왕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집에서 주왕산까지의 거리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고 내가 운전에 다녀왔다. 용연폭포까지 다녀오는데 3시간 30분, 올라가는 길에 식당에 닭백숙을 예약해놓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왔다. 산에서 내려와 방금 나온 백숙을 배불리 먹고는 다시 집으로 출발. 대부분이 평지였지만 그것도 등산이라고 지인들은 피곤했나 보다. 점점 조용해지더니 하나둘씩 잠이 들기 시작했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돌아오는 길이 조금 막힌다. 1시간쯤 왔을까, 정신이 들었는데 옆 차선 트럭과 가까이에 있었다. 졸음운전을 한 것이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이 와중에 지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주 곤히 잘 자고 있다.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었다.      


10년 전까지 한 겨울이 되면 우리 가족은 연례행사처럼 태백산을 갔다.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 겨울산 말이다. 전날 저녁 3시간 거리에 있는 태백으로 출발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산 밑에 있는 민박집에 짐을 푼다. 겨울산은 일찍 길을 나서야 하기에 산 밑에서 잠을 자고 새벽 일찍 등산을 시작한다. 새벽 6시쯤 일어나 눈산을 오를 준비를 단단히 하고선 길을 나선다. 겨울이라 땀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간간히 물을 마시거나 준비해 간 간식으로 허기를 채워가면서 올라간다. 정상이다 싶은 곳에 다다르면 컵라면을 파는 곳이 있고, 거기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산을 내려간다. 등산을 마치면 대충 점심시간이 된다. 태백산 밑에는 곤드레 비빔밥이 맛있다. 배를 채우고 나서 마지막 순서인 목욕탕으로 간다. 산 밑에 목욕탕이 있는 것은 정말이지 신의 한수이다. 꽁꽁 얼었던 발을 따듯한 물에 넣는 순간, 발에 쥐가 난 거 마냥 찌릿찌릿하면서 온 몸이 샤베트 녹아버리듯 샤르르 녹아버린다. 이제 우리의 할 일은 끝이 났다. 배는 부르고 몸은 노곤 노곤하니 집에 가는 차에서 한 잠자고 일어나면 된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면 대부분의 운전을 아빠가 하셨다(지금은 운전대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온다). 등산을 가면 제일 앞에서 가족을 인솔해서 가는 사람은 늘 아빠였다. 가족 중에 가장 큰 배낭을 메고 있었고, 우리는 아빠의 그 큰 등만 보면서 따라가면 된다. 똑같은 등산길을 오르내린 후에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온다. 배가 부르고 몸이 노곤 노곤해지는 것은 가족들이나 아빠나 똑같은 것이다. 목욕을 하고 집으로 출발을 하면 아빠 혼자만의 시간, 피곤함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런데도 아빠는 힘들다는 큰 내색이 없이 안전한 운전으로 무사히 집까지 돌아온다.

      

엄마, 언니와 함께 2 3일의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첫날은 억수같이 오는 빗길 운전을 해야 했다. 둘째 날은 해가 쨍쨍, 날은 더웠고 밥때를 놓치면서 돌아다닌 바람에 몸도 기진맥진했다. 잠자리가 바뀐 바람에 밤에는 잠을 설쳤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였다. 일정을 마치고 언니는 기차를 타고 언니 집으로 가고, 나와 엄마는 3시간 반이 걸리는 집으로 왔다. 물론 돌아오는 길의 운전은 나의 몫이다. 사실 3시간  운전은 그렇게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몸은 피곤하고 졸음도 살짝 왔다. 집에 있는 아빠가  보고 싶었다. 직접 운전을 해서 장거리 여행을 다녀보니   같다. 우리 아빠는 분명 슈퍼맨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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