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향 Apr 19. 2023

괜찮아?

어 나는 괜찮아


엄마가 편찮으시다는 말에 C가 연락을 해왔다. 기도를 하겠다며 응원을 한다는 말을 전했다. ‘내 걱정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엄마는 입원을 하시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러고 왔노라고 소식을 전했다. 병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C가 물어왔다.


“괜찮아?”


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괜찮았다. 일주일 사이 엄마의 컨디션은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일상도 마음도 분주하긴 했지만 정신도 마음도 괜찮았다.


“어 나는 괜찮아”


친구에게 대답을 했지만, 곧바로 의심이 들어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나 괜찮은가? 내 마음을 잘 돌보고 있는 건가?’ 순식간에 변한 일상은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다. 엄마의 상태에 대해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이 불안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괜찮은 게 맞았다.  


-


출근한 지 한 시간, 날씨는 오전 10시를 저녁 7시처럼 느끼게 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천둥이 치더니 한차례 미친 듯이 비가 쏟아졌다. 날씨 탓인지 출근하자마자 퇴근을 향한 강한 욕구를 느끼는 던 중에 H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점심에 약속 있어요?”


H의 연락은 그게 언제가 됐든, 내용이 무엇이든 늘 반갑지만 이번에는 두 배는 더 반가웠다.


“아니 없어. 점심 같이 할까?”


H가 나의 직장으로 오기로 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4층에 있는 카페로 가 전망 좋은 자리를 골라 앉아 커피를 한잔 했다. 짧은 식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간 H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 갑자기 연락해도 반갑게 맞아주는 언니 덕분에 배도 마음도 든든해져서 왔어요. 고마워요”  


나를 떠올려 줘서, 찾아와 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


분주하게 오후 일과를 보내던 중, 외근을 나갔던 친한 동료와 마주쳤다. 동료는 통화를 하던 중이라 무심히 봉투 하나를 나에게 건넸다. 쿠키, 에그타르트, 스콘이 들어있었다. 이전에도 동료는 외근 나간 길에 받아온 디저트를 나눠준 적이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몇 분 뒤 카톡이 울렸다.


“받아온 거 아니고 주려고 산 거예요.”


받아온 간식을 나눠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내 생각하며 일부러 사 왔다니. 추운 날씨에 따듯한 팩 하나를 가슴에 안은 기분이었다.   


-


사람이 때론 가장 큰 숨구멍이 되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고,

눈물을 닦아주는 수건이 되는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잖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