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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Aug 07. 2023

여름휴가

첫 번째 여름

엄마가 없는 첫여름휴가.

언니네 식구들은 첫날 저녁에 도착을 했고 식사는 밖에서 먹고 근처 카페에서 디저트까지 먹었다. 언니나 동생 식구들이 오면 식사는 늘 준비해서 먹었는데 조금은 낯설고도 익숙해지는 풍경이었다. 다음 날 바닷가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기에 필요한 것들을 장을 봐야 했다. 이전 같으면 장은 엄마가 직접 보거나 나와 함께 이것저것 준비를 했는데 이번엔 온 가족이 함께 마트로 향했다. 참 낯선 풍경이다. 


둘째 날 아침,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 상을 챙겼다. 엄마가 있었다면 아침부터 한 상 가득 이었겠지만 나는 집에 있는 반찬 몇 가지와 된장찌개만 끓여 평범한 한국 가정식 아침식사를 내놓았다. 둘째 조카가 깍두기를 먹더니,


"이모 이거 할머니가 만든 거예요?

"아니 이모 만들었어~ 왜에?"

"맛있어서요!"


그리고 된장찌개 한 숟가락 떠먹더니,


"이것도 이모가 만들었어요?"

"응! 된장찌개도 맛있어?"

"네!"


깍두기도 감자채볶음도 자기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막내는 밥에 된장찌게과 감자채볶음과 고추장을 살짝 비벼서 한 그릇을 싹 비웠다. 만들어 놓은  음식이 맛있어도 어디 자랑할 데가 없었는데 조카들 덕에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요리를 잘했던 엄마 곁에서 이것저것 곁눈질로 배워두길 참 잘한 거 같다. 





차로 5분만 가도 바닷가를 볼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덕에 가족들의 여름 휴가지는 늘 한 곳이었다.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거기로 했다. 아이스박스, 의자 등 캠핑에 필요한 물건들은 아버지가 전날 미리 챙겨두셨다. 아침을 먹고 언니와 나는 가족들이 먹을 것을 이것저것 챙겼다. 엄마였으면 전날 저녁에 미리 챙겨놨겠지 하면서 말이다. 


바닷가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조카들은 본격적인 물놀이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동안 언니와 점심 준비를 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춘천 닭갈비.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챙겼나 싶은데 다행히도 부족한 것 없이 챙겨 온 것 같다.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엄마의 빈자리는 컸지만 말이다. 


오전 10시에 바닷가에 도착해서 실컷 놀다가 집에 들어오니 저녁 7시가 다 되었다. 정말 열심히 놀고 들어왔다. 지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들의 모든 스케줄은 엄마의 컨디션에 맞춰져 있었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도 엄마가 피곤한 기색이 보이면 모든 일정을 수정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있었다면 점심을 먹고는 일찌감치 집에 가서 쉬셨을 텐데 정말 쉼 없이 한 껏 놀다가 돌아왔다. 


 



엄마가 계실 때는 하지 않았고 못하던 것들을 하게 되었다. 밖에 음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고, 카페에 앉아서 차 한잔을 하고, 온 가족이 함께 마트 장도 봤다. 바닷가에서 장장 8시간 동안 물놀이를 하고 놀이동산도 갔다. 맛있는 걸 먹고 웃고 즐기고 놀고 있는데 순간순간의 헛헛함은 숨겨지지가 않는다. 


첫 번째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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