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가정원 Nov 29. 2023

올해도 무노동 김장!

스티로폼 속 사랑


일요일 저녁, 아이들과 영상통화하던 엄마는 평소 찾지 않는 나를 바꾸라고 하신다.


요즘 통화가 뜸해서 뜨끔한 마음(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선 지 예전과 달리 소식이 뜸하면 서운해하신다. 원래 살갑게 전화하는 딸도 아니었는데...)을 가지고 화면 속 엄마와 인사를 나눈다.



오늘 김장한 거 내일 택배 보낼 거니까 통에 잘 담아놔라''


김장했어? 몸도 안 좋으면서 왜 했어?


그래서 쪼깨만 했다. 그래도 해놔야지 묵지!

시래기도 있고, 다른 것들도 더 넣으랬는데 드가지를 않네!

그건 담에 오면 가져가고...


응! 고마워, 엄마! 애썼네.. 아빠랑 오빠랑^^


그리고 굴은 혹시나 싶어 빼고 속만 따로 보냈으니까 굴 좀 사고 수육해서 무라!





그리고 오늘 아침에 노란 테이프가 칭칭 감긴 하얀 스티로폼이 도착했다. 지체도 없이 바로 오픈하니 김치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무말랭이와 신랑과 아이들이 잘 먹는 오징어젓갈도 한편에 있다. 여기선 이런 흔한 밑반찬도 구하기 힘들어서 내려가면 엄마 냉장고 속에 있는 거 들고 오는 반찬인데, 시장 가셔서 미리 구매해서 넣어준 것이다.



정신없이 김치통에 나눠 담고, 배추 2쪽은 손으로 쭉쭉 찢어 담고, 뒷정리까지 하고 엄마가 보내준 것으로 아점을 먹는데 역시 사 먹는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울 엄마표 김치!



엄마! 김치 받았어! 맛있어^^


맛있나? 다행이네. 아들이랑 유서방이랑 수육 해까고 묵고, 무김치 해놓은 건 설날에 가져가면 될끼다.


무도 했어?


느그 아빠가 니 좋아한다고 항그 해라해서 장독하나 채우고 통에도 쫌 더 해놨다.


맛있겠다.

엄마..내가 김장비 쫌 보냈으니까 다같이 맛있는 거 먹어!


돈이 어디 있다고 보내노? 아들 맛있는 거나 사주지...!


요새 물가에 당연히 보내야지! 많이는 못보냈어.


그래..그래! 잘 쓸게!




전화기 넘어 좀 더 기운찬 엄마목소리에 더 열심히 일해서 용돈 팍팍드려야겠구나! 생각한다.



벌써 칠순에 가까워진 울 엄마!

인생자체가 참 박복했던 사람.

그래서 한 번씩 시름시름 앓는 분.



한없이 작아지고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같은 여자로서의 인생을 살아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생긴다.



그러나 70 평생 박여사의 삶은 고단했지만 위대했고, 존경받아 마땅한 인생임은 확실하다.



좀 더 자주 표현하자.

내 아이들에게 나누는 사랑처럼 나의 부모님께도 해보자.

오글거리지만 이제 나눌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잊지말자.





#김장김치

#엄마사랑

#아빠사랑

#표현하자

#후회없게

#용돈팍팍

#안부전화


매거진의 이전글 일품요리 '오징어볶음', 밥 한 그릇 뚝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