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이 이렇게 중요했어?

2021.3.22.

by 인애

점심때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OO시청 도시계획과 OOO입니다."

'도시계획과? 어? 얼마 전 전셋집 거래를 뭘 잘못했나?'

"자가격리 대상자 담당공무원입니다."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안도(?)를 한다.


오늘은 자가격리 둘째 날이다. 사실 퍽 우울했던 어제만 해도 내가 자가격리 대상자인지 아닌지 나와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월요일은 달랐다. 점심쯤 시청 공무원에게 전화가 오고,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깔았다. 어제도 분명 나는 자가 격리자였는데 희한한 것은 그 앱을 켜니 진짜 자가 격리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24시간 켜져서 나의 탈출을 감시하는 그 앱이 하루에 2번씩 내 건강을 보고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앱을 켜고 얼마 안 있다 자가격리 통보서와 함께 구호물품 박스가 문 앞에 도착했다. 꽤나 알찬 구호물품 박스다. 교감선생님에게도 문자가 온다. 매일 오후 4시쯤 건강이 어떤지 매일 문자를 좀 달란다. 자가격리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교장선생님에게도 매일 근무 시작과 근무 끝을 알리며 건강상태를 알린다.


여기저기 나의 건강함을 보고하다 보니 건강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늘 말하는 직업이라 목은 늘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나빠선 안된다. 화장실에 줄기 차게 갈 정도로 생강 우린 물을 마신다. 목이 갑갑해서 목폴라도 못 입고 다니는데 어제는 긴 스카프를 둘둘 말고 잤고, 오늘도 그렇게 잘 것이다. 거기다 3월 말의 봄 날씨에 집에서는 긴팔티에, 맨투맨에 플리스를 입고 있고 어제는 그렇게 잠도 잤다. 차가운 걸 마시면 목에 안 좋을까 봐 거의 매일 마시던 맥주도 먹지 않는다. 내 건강을 보고 받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순 없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내 건강이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담당공무원께서 다정하게 나에게 "몸은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을 때는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대답하면서 웃음이 나는 것은 이런 관심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콧물이 조금만 나도 바로 챙겨서 병원에 데리고 가곤 했었지만 정작 내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언제인가? 사실 조금 건강한 편이기도 하고, 웬만큼 사소한 감기 정도로는 병원에 잘 가지 않고 늘 내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40대는 노화로 가는 길목인데 늘 피곤하고 조금씩 아픈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여기면서...


오늘은 다르다. 창문에 가까운 곳에서 햇빛을 받아 머리가 뜨거워진 것뿐인데 자꾸만 내 이마에 손을 대어 본다.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체온계를 재어본다. (37도도 넘지 않는다.) 목이 칼칼한 것 같다. (늘 목은 이 정도 상태였던 것 같은데...) 호흡이 조금 가쁜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당연하다.) 자꾸만 내 몸을 짚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본다.

이런 기분이 나쁘지 않다. 뭔가 나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뜬금없이, 참 예뻤던 20대 때의 나를 떠올려본다. 옷 하나에도 신경 쓰고, 액세서리도 하고, 다양한 색으로 아이섀도도 정성스럽게 색칠하던 그때의 나를...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며 거울 속에 내가 이쁘다고 생각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나를 자세히 본다. 내 외모가 아니라 내 몸과 건강을. 20대 때의 나를 불타는 연애의 감정으로 사랑했다면 지금의 내 사랑은 중년의 애틋한 사랑이다.


다정하게 불러본다.

내 몸아.

참 고맙구나.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아주어서...

참 예쁘구나. 어디 한 군데도 완벽한 곳은 없어도...


자가 격리는 자가는 나의 집이기도 하지만, 그 집은 나의 몸이기도 하다.

2주의 시간 동안 나를 온전히 자세히 들여다보며 예뻐해주고 싶다.

풀꽃처럼.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전 03화이토록 중요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