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다람쥐의 꿈

2022 글쓰기 모임

by 도토리수집가

다시 보니, 어색한 부분이 많아 수정했더니 글이 많이 짧아졌네요.

다들 적당하고 충분한 삶을 살게 되시길 바랍니다.


방학을 맞이하며 큰 아이네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사물함에 있던 교과서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폐기해주었다. 사실, 학기가 끝난 그 교과서를 다시 볼 리 만무하다는 걸 알지만, 왠지 버리긴 아깝고, 기념이 될 것 같고 해서 보관을 했었는데 말이다. 언니네 학교에서 폐기해주었다는 걸 알게 된 둘째 아이는, 학교에서 폐기해주진 않았지만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았다. 나는 여전히 미련이 남는데, 그 아이들은 전혀 교과서에 미련이 없다. 끌리는 마음도 다시 볼 마음도 없을 만큼 충분히 지겹게(?) 봤고, 오히려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은 엄마가 한 번 더 보게 만들겠다는 미련을 가질 뿐이다.


교과서를 폐기하는 것을 보며, 나도 큰 맘 먹고 오래된 물건 중 하나를 정리했다. 언젠가 친정에서 내 물건을 정리했다면서 보내준, 친구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다. 무려 세 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못하고, 열어보지도 않았던 택배박스를 살펴보니, 초등학교때 반 아이들 대부분과 나누었던 크리스마스 카드,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교회 오빠와의 편지, 군인아저씨와 주고받은 편지 등이 있었다. 절반 정도는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였다. 지금도 연락이 되는 친구들과의 편지만 조금 남기고, 나머지는 한데 모아서 사진을 찍어 남긴 다음 버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이고지고 이사를 다녔을까.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있는 마음’이 ‘미련’이라는데, 편지를 고이 보관하던 학창시절에 마음을 남겨두고 정리하지 못해서 그렇게 미련스럽게 편지들을 고이 모셔두었던 걸까.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인데, 물건을 끌어안고 미련을 떨었다. 도토리 무게에 짓눌린 미련한 다람쥐같다. 적당한 도토리를 충분히 잘 모아두기도 하고 잘 묻어두기도 하면서 가벼이 살면,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도토리에 대한 미련없이 살고, 도토리는 도토리대로 나무가 되거나 거름이 되면서 각자의 몫을 살아낼 수 있는데 말이다. 다람쥐의 적당하고 충분한 삶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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