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나의 이상형

2022 글쓰기 모임

by 도토리수집가

이 당시의 글쓰기 주제는, 그 남자와의 결혼에 대한 반추가 아니었나 싶네요.

네, 저는 이상형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적응하면서 말입니다.


나의 이상형은 ‘데리고 다니기 쪽팔리지 않은 사람’이었다. 적당한 학벌, 적당한 능력, 적당한 외모, 적당한 성격. 그냥 적당한 정도의 사람. 눈에 띄지도 않지만 너무 묻히지도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런 이상형의 사람과 살고 있다. 괜찮은 아니 사실은 좋은 학벌, 적당하고 성실한 직장인, 눈에 띄게 잘생기지도 눈에 띄게 못생기지도, 못되게 생기지도 않고, 선하게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 외모, 적당한 성격.


그렇지만 이상형의 그는 사실 나와 많이 다르다,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나는 “다음에 또 와야지”라고 생각하고, 그는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하고, 회사에 일이 많을 때 그는 회사의 업무분장을 지적하지만, 나는 그 일을 어떻게 할지를 더 고민하며, 스포츠를 잘하는 그와 다르게 나는 스포츠라면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싫어한다. 영화도 책도 우리는 같은 취향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에서는 상호간에 가장 안 맞는 유형으로 확인되었다. 도토리 수집과 제로웨이스트가 공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그도 나도 늘 상대방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고 생각한다.


취미도 취향도 다른 우리가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는 거라고는 그저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 그거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그와 나는 서로의 삶을, 혹은 서로의 성격을, 성향을 바꿔 놓겠다는 그런 의지를 점점 줄여가는 점에서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고 있다. 처음부터 너무 다른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다는 점이 실망감보다는 적응력을 높였고, 적당한 성격에서 비롯되는 까다롭지 않은 적당한 식성이, 맛있는 것을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면서 행복지수를 높인 것이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 때문이다. 취미를 하루 두 세번, 일년 365일을 같이 하기는 어렵지만 맛있는 음식을 통한 즐거움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가 서로에게 적응한 비법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삶을 살고,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서로의 삶을 적당히 공유하며, 가끔 삐치고 싸우고 그러면서, 서로 좀 조심하며, 눈치보며, 그렇게 산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측은지심이 들어, ‘고생이 많네’라고 서로 토닥여주고, 또 어느 날에는 ‘너만 바쁘고 힘든 줄 아느냐’며 버럭하고 그러면서 말이다. 그리고 늙어가는 서로의 부모를 보살피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적립하고, 훌쩍 큰 아이들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같이 나이들어 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말이다. 다만, 그는 살이 별로 찌지 않고, 나만 살이 찐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나의 이상형은 수정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그저 여러 객관적 조건이 적당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가지고, 즐거운 순간을 어렵지 않게 자주 가질 수 있어서 "나와 같이 살기에 적당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맞는 것은 없는 적당한 그 남자는, 같이 살기에도 그럭저럭 적당한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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