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부부싸움에서 이기는 법

글쓰기의 시작

by 도토리수집가

부부싸움에서 이기는 법, 백전백승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길만한 사안에 이길만한 방법으로 싸우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알게됩니다. 싸워봐야 이길 수 없다라는 것을. 싸움이 없어도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랄까.




3편: 이기는 싸움


다른 부부들은 어떻게 생활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남편과 살면서 깨달은 것은 있습니다. “이기지 못할 것이라면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굳이 이기지도 못하는데 싸우면 서로 감정만 상하고 이해도 안가고 해서, 이길 만한 사안에 대해서 이길 수 있도록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 남편과 한 판(?) 했습니다. 물론 저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이유는 술 이었습니다. 5시에 일어나보니 작은 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없어서 전화를 해 보니, 지하주차장에서 자고 있는 겁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자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대리운전을 시켜서 집까지는 왔는데, 주차를 본인이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아파트 내 주차장에서도 음주인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것은 음주운전인데 말입니다.


술을 먹고 할 수 있는 실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기회에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주가 남편과 살면서 포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같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다다다다 했겠지만, 요즘 독서모임도 가고 나름 사고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조목조목 했습니다.


밤 늦은 시간에 주차장에 빈 자리를 찾아야 하는 대리운전기사님의 번거로움과 관련해서 빈 자리가 있을 법한 자리를 안내해야 하는 본인의 불편함과 미안함 때문에, 결국 본인 마음 편하자고 주차를 본인이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데, 왜 다시 볼지 안볼지 모르는 대리기사님에 대해 그토록 배려해야 하는 것인지를.


음주운전이고, 불륜이고 간에,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는 법.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술을 좀 먹었지만, 운전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서 한 두 번 해봤기 때문에 과음했음에도 주차를 하겠다고 한 것임을.


주차라는 것이 맨 정신에도 여러모로 공간감각을 발휘하여 주의하여 하는 것이고, 그런 경우에도 실수를 할 수 있는 사항임을 간과한 것임을.


사회생활을 하는데 술을 마실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이미 동종업계에서 10년이상 근무하고 있는데, 술을 한 두 잔 더 마신다고 해서,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달라질 것없는 관계를 이미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신 것은 아님을.


보통 저와의 대화에 항상 불만을 표출하던 남편은, 이번에는 반박할 거리가 없다면서, 핵심을 찌른다면서, 앞으로 절대로 그러지 않겠노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그가 이해되기는 합니다. 선량한 사람이라고 평가되는 그는, 매우 사회화가 잘 되었고 예의 범절이 바릅니다. 그래서 내가 귀찮은 것은 남들도 귀찮다며, 몸을 기꺼이 움직이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대리운전 기사님의 번거로움을, 주차자리를 찾아 헤매는 동안의 마음의 불편함을, 미안함을 견딜 수 없었던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나 기사님의 번거로움과 어려움은 기사님이 해결해야 할 몫이고, 이에 대해 공감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 혹은 금전적인 보상을 더 해 드리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임을 인지한다면, 마음의 불편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즉, 시선을 높여 대리운전 기사님의 과제와 나의 과제를 분리하여 인지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삶의 순간순간을 선택할 때 시선을 높여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면, 내가 나로 온전히 존재하는 나의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한 사회전체에 만연한 음주에 대한 관대한 문화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닫지 못하고, 음주운전불가라는 삶의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데서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원칙이 통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얘기하면서 우리는 거창한 것만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괜찮겠지, 걸리지만 않으면 되지 뭐, 사고 안 났으면 됐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이 모여 지금의 사회가 된 것인데 말입니다.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마음, 그 마음은 사실, 우리의 시선을 높여야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서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과거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미래의 모습이 나를 규정한다.”

칼 융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과거는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미래, 그가 선택한 미래가 같은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그일 수 있는 미래를 선택하기를,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우리가 선택한 미래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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