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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께

by 구름파도

아버지. 어머니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어머니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도저히 전해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면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시고 편지를 찢어버릴 것만 같아서,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알 수가 없어서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이곳에 아버지,어머니께 드릴 편지를 적어 간직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만약 제가 죽더라도 이곳에 있는 글들만은 남아 언젠가 아버지,어머니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결단코 아버지,어머니를 팔아 글을 쓰려는게 아님을 밝힙니다.)


처음 아버지가 술병을 던지셨을 때가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이게 제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와의 격해진 감정싸움 끝에 화를 이기지 못한 아버지가 홧김에 던지신 거겠지요.

어린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상 문제로 자주 싸우시곤 하셨죠. 이것도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그저 싸움의 일환이라고 느끼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렸던 그 시절의 저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던지신 술병이, 그 깨진 조각들이 제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저희 사이에는 회복할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생겨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편지도 홧김에 쓰는거니까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싸움은 지금도 저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께 욕을 하고, 폭력을 가끔이지만 쓰려고 하시기도 하시고, 어머니도 이에 맞서실 때마다 무서워서 떨고 있기만 했습니다. 이 당시 저에게는 언니처럼 두분을 말릴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처음 어머니를 쫓아냈을 때는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아버지께 어머니를 쫓아내지 말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어머니도 미웠습니다. 싸움의 계기를 제공하시는게 늘 어머니셨으니까요. 어머니가 제공하시는 싸움의 원인을 어린 마음에 도라에몽에 나오는 무기처럼 큰 무기를 만들어서 부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게 어머니에게 소중함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에요.


지금도 밤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시는 환청에 시달립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건 아닐지, 아버지가 어머니와 저희를 죽이는 건 아닐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평소처럼 상대하려고 해도 제 안에 숨어있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튀어나와 저를 가로막고는 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미워했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미워하는 것만큼 큰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요. 매일 같이 싸우시고 저를 불안하게 만드는 그 당시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런 생각하면 안되는거 알지만 차라리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건, 결단코 아버지와 어머니가 저희를 위해 치르신 희생을 잊어버린 적이 없다는 겁니다. 두 분을 미워할지언정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매일 아버지의 초라해진 등을 보며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작아진 키를 보며 생각합니다. 매일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프시면서도 작은 몸으로 고통을 견뎌 내시는 것도 저희를 위해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매일 같이 싸우고 갈등만 깊어져가면서도 떨어지지 않은 것이 저희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슬픕니다. 어린시절 아버지, 어머니와의 저의 깊어진 감정의 골로 더이상 편한 마음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대할 수 없음을. 아버지, 어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의 저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자식으로서는 큰 죄지만 저는 아버지, 어머니를 동정합니다.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는 두분의 인생을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낍니다. 어린시절 쓰셨던 폭언과 폭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히 제가 그래도 될 지 모르겠지만 용서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니까요. 서로 죽이고 싶을만큼 싫어도 피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니까요.


글재주가 없어서 휭설수설 썼는데,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제가 구름파도가 되고 싶었던 것은 저에게 하늘과 바다이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늘과 바다처럼 차이가 나는 두분을 구름이라는 다리로 이어드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전에 쓴 글 '구름이 되는 그날까지'에서 언급한 것처럼요. (그 글은 오로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 쓴 글입니다.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민폐만 끼치는 저이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아직 무섭지만, 두 분 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직 부족한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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