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말할 수 있다면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by 구름파도
우리집에 새로 들어온 녀석들. 내가 썼다.

물건이 말할 수 있다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딱 한마디만 단말마처럼 외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내 칫솔이 한 마디만 한다면 '살살 좀 해!'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리 집 소파가 한 마디만 한다면 '내 위에서 방구 좀 뀌지 마!'라고 말할 것 같다.

우리 집 책상이 한 마디만 한다면 '그만 좀 부딪쳐!'라고 하겠지.

딱 한 마디, 한 마디의 말 뿐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모른 채로 지나갈 것 같다.

그래도 상상해 보니 재밌는 것들 투성이다.

이 물건은 무슨 말을 할까?, 저 물건은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다.

물건들이 죽기 직전 외치는 단말마처럼 일생에 단 한 번만 외칠 수 있는 한 마디이기 때문에 더욱 귀중하게 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대부분은 나 아니면 우리 집에 대해 쌓인 불만들이겠지.

이거 하지 말라거나 저거 하지 말라거나.

온갖 불만투성이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우리 집을 10년이 넘도록 지키고 있던 얼마 전 발견한 내 그림.

10년 전 내게 쓴 편지 같은 오래된 잡동사니들.

집안을 그대로 묵묵히 지키며 우리 집을 수호하고 있는 냉장고 같은 가구들.

이 가구하고 물건들 같이 오랜 시간 우리 집을 지키고 있던 것들은 우리 집에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할까?

누군가는 몇십 년의 시간 동안 쌓여왔던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오랜 시간 우리 집과 나를 지켜봐 온 장본인으로서 힘이 담긴 충고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짜식! 힘내라!' 같은 말이나 '조금은 쉬어도 괜찮아' 같은 말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또 환청인가 싶어서 무시하겠지만 여타 들었던 환청과는 다른 응원의 말에 격려받겠지

몇십 년 동안 우리 집을 지켜오고 우리와 함께 해왔던 물건들이니만큼 우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 한 마디만 한다면 그런 말들을 해줄지도.

나도 물건들에게, 가구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로 화답한다.

'우리 곁을 지켜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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