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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Jan 26. 2022

[시사잡설]'공정'의 대두는 경제성장 정체가 근본원인

앞으로 10년간 우리는 '공정'의 시대를 살게 될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입니다.


1. 지난 1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우선 시계를 15년 전으로 한 번 돌려봅시다.

2007년의 베스트셀러 목록과 10년 뒤인 2017년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 번 비교해볼까요?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우선 1위부터가 다릅니다.

2007년 1위 시크릿은 다소 황당무계(?)할 정도로 무한긍정의 정신으로 살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당시의 자기계발서의 전형인데 이 책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2017년 1위 언어의 온도는 책소개와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최근에는 익숙한 '힐링'의 감성이 듬뿍 들어갔으며, "야! 너두 할 수 있어" 무한긍정을 강조하는 자기계발서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1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보아도 2007년에는 3위 20대 재태크에 미쳐라(이 당시 ~~에 미쳐라, ~~에 하지 않으면 안 될 00가지 등의 제목이 유행이었죠), 4위 이기는 습관, 6위 바보공부 등의 모두 "노오오력하면 할 수 있다!"는 식의 무한긍정 자기계발서이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는 3위 자존감수업이라거나 1위, 6위가 말의 품격을 강조하는 책이고 4위의 나미야 잡화점도 읽어보면 초자연적 스토리를 배경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 사람들간의 인연 등을 강조하는 일종의 '힐링'적 요소가 들어간 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이 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2017년 이후 다시 5년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2.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공정'이란 거대담론의 출현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논쟁, 정치적 시비의 대상 중 상당수는 '공정'이란 키워드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대장동 개발, 조국 사태,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 숙명여고 답안지 유출, 학종 논란, 공매도 차별 등등

이루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과거에도 '공정'이란 이슈가 화두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과거에는 '평등'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는 '기회의 평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과거 10~20년 전의 주요 관심사였다면, 현재의 관심사는 '어떻게 최대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마련할 것인가?'에 맞춰진 느낌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일부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다소 급진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2030을 비롯해서 사회적인 요구의 상당수는 "경쟁 자체를 없애고 그냥 달라!"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결과를 얻게 해달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가 한 예입니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 차입 후 상환기관이 정해져있지 않고 증거금율도 개인보다 적습니다.

불법공매도에 대해 징벌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지, 공매도의 제도 자체의 폐지나 기관, 외국인만 공매도를 못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공정'이 대두된 근본원인은 무엇일까요?



3. 경제성장의 끝, 저성장시대의 도래


당장 10년, 20년 전보다 우리 사회가 발전했느냐? 퇴보했느냐? 묻는다면 저는 서슴없이 "지금이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 답할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과거 뉴스영상을 찾아보면 철길을 횡단하는 무임승차,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는 영상을 보며 "이게 과연 우리나라 맞나?"싶은 생각을 쉽게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l0ck142BUwg


https://youtu.be/Q705arHnvnU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라떼는" 잠시만 시전해보았습니다. ㅎㅎ

분명히 그때보다는 시민의식, 사회의 법치주의, 절차적 투명성 등은 향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그 때는 지금과 같은 "공정"의 요구가 덜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저는 한 마디로 "성장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 90년대만 하더라도 IMF 이전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의 임금격차는 지금 정도로 천지차이는 아니었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 물론 성장의 정도나 개인별 성취정도는 차이가 나더라도 - 어느 분야건 투신해서 열심히 "노오오오력"을 하면 성공하거나 최소한 가족을 건사하며 먹고 살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 경제성장이 끝났습니다.


예전에는 도제식 교육이란 미명하에 온갖 부조리가 가해지고, 직장내 단합과 친목이란 목적으로 사생활이 거의 없는 회사생활이 강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고비만 넘기면 너도 잘 되게 해줄께"라는 약속을 실제로 지킬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으니까요.


예전에는 내 앞에 누군가 새치기를 했어도 줄이 쭉쭉쭉 빠졌기 때문에 그 새치기에 대한 분노와 부당함을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했는데, 이제는 내 앞에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그만큼 꼼짝없이 내 차례가 늦어집니다.

당연히 끼어드는 사람에 대한 반발감이 과거와 똑같을 수 없습니다.



4. 결론


경제성장이 멈춤으로써 가져갈 자격이나 공헌이 없는 사람이 파이 한 조각을 더 가져가고서 "곧 더 큰 파이를 줄께"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가져갈 자격이나 공헌이 있는 사람만 파이를 가져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파이는 한정되어 있고, 그 파이를 갖고자 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최소 10년은, 아니 어쩌면 더 장기간 "공정"이란 화두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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