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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Feb 20. 2022

[직딩라이프]공공기관은 어떻게 일할까?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이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 번 공공기관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생각나는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특히 밖에서 볼 때 공공기관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생각들에 대해서 제 경험을 기준으로 한 번 답해보려고 합니다.



1. 공공기관은 정말로 실적, 성과 압박이 없는가? - 대체적으로 없거나 있더라도 사기업보다는 덜한 편


우선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그 해의 목표실적이 있습니다.

기관 KPI, 부서 KPI가 있고 공공기관이나 직무 특성에 따라서는 개인 KPI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적달성이 개인이나 부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사기업보다는 분명히 덜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공공기관들은 대체적으로 특정분야에서 독점 내지는 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해 실적이 설령 다소 감소했다고 해서 곧바로 부서가 해체되거나 해고압박이 들어오거나 연봉이 동결되거나 하는 일은 좀체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실적달성에 대한 압박이 약하거나 있더라도 사기업만 하지는 못하다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2. 공공기관은 정말 편하고 일이 없는가? - 케바케이며 기관에 따라 사기업 못지않게 힘든 곳도 있음


공공기관이라고 무조건 편하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런 곳도 있지만 기관별, 부서별로 사기업 못지 않게 힘든 곳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공공기관은 안정적인데도 돈도 많이 받지 않느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이 안정적이란 것은 맞지만 급여의 경우 공공기관 내에서도 차이가 꽤 나기 때문에 역시 일률적으로 말할수는 없습니다.


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8,246만원인 인천국제공항공사, 1억 264만원의 산업은행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금융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994만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또 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이나 월급루팡이 있는 것은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므로 일이 꼭 쉽다고는 섣불리 말할 수 없지요.



3. 공공기관에는 경쟁도 없고 사내정치도 없는가? -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음


공공기관도 엄연히 하나의 회사입니다.

내부적으로 경쟁이 왜 없겠으며 사내정치라고 왜 없겠습니까?


사기업과 다른 점은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것 하나입니다.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해서 곧바로 짐을 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라인을 잘못 탔다고 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을 제외하면 공공기관 내에서도 당연히 경쟁이 있고 사내정치도 있습니다.


물론 경쟁에서 밀리고 사내정치를 잘못하면 그대로 끝나는 사기업에 비해 엄청난 메리트인 것은 맞습니다.



4. 공공기관의 일처리는 왜 답답한가? 무능한 것인가? 의지가 없는 것인가? - 능력, 의지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


당연히 무능하고 실력없는 공공기관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능력이 되는 공공기관이 더 많습니다.

과거 7~80년대 고도경제성장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적어도 IMF 이후부터 공공기관은 언제나 취준생이 선망하는 직장이었고 당연히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입사를 했습니다.

최소 수십대일에서 수백대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이들의 능력이 낮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또 어느 공공기관의 임직원이건 일부러 일을 못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공공기관의 일처리나 느리고 답답한 것은 능력이나 의지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이론상의 고객은 국민이지만, 진정한 고객은 주무부처, 경영평가위원, 국회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성과급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경영평가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이 위원회의 주축은 교수님들이고 실제 해당 공공기관의 고객이 평가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정원, 예산은 주무부처와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데 코레일처럼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닌 다음에야, 대다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주무부처 및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들은 이용해볼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공공기관 입장에서 진정한 고객은 주무부처,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위원회이기 때문에 실제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보다는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국민이 느끼기에는 답답하고 이해안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죠.



5. 순환보직, 양날의 칼


대다수 공공기관은 순환보직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1~3년마다 부서를 이동함으로써 여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죠.

이 순환보직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이 존재하는 양날의 칼입니다.


우선 순환보직제의 장점은,

1. 나랑 안 맞는 상사, 꼴보기 싫은 상사가 있다고 회사를 퇴사하지 않아도 된다.

2. 그 회사를 오래 다닐거라면 필요한 제너럴리스트가 자연스럽게 될 수 있다.

3. 한 업무만 맡는데서 오는 매너리즘 또는 원하지 않는 업무를 받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


한편 순환보직제의 최대단점은 전문성을 키우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어떤 보직이 특별히 잘 맞거나 성과를 내는 직원은 그 업무만 4~5년 하거나 나갔다가 잠시 후 다시 끌려오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1~3년마다 이 업무, 저 업무를 하게 되니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순환보직제는 공공기관을 정년까지 다닐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괜찮은 제도이지만, 정년까지 공공기관을 다닐 마음이 없거나 중간에 그만두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 할 것입니다.



오랫만에 글을 쓰려니 힘드네요.

그러나 짧게라도 다시금 계속 글을 써나가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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