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혈청년 훈 Feb 24. 2022

[직딩라이프]"네가 책임질거야?"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

"네가 책임질거야?"


직장생활하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뭔가 압박받는 느낌도 들었고, 억울한 생각도 있었고, '나보고 어쩌라고'싶은 반발감이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직딩생활을 10년 넘게하다보니 이제는 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어느새 저도 꼰대가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건 5060에 동의하지는 못해도 그 사고방식과 논리는 이해할 수 있는, 또 90년대생처럼 하지는 못하고 할 배짱도 없지만 사고방식은 닮은데가 있는 낀세대 7080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네가 책임질거야?"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한 번 풀어보고자 합니다.


모쪼록 앞으로 저 말을 듣게 될 취준생이나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저 말을 듣고 계신 사회초년생 분들께 위로와 이해 - "저 인간, 왜 저러지?" -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ㅇ 사회인에게 책임을 진다는 말은, "내 힘으로 실수/실패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를 뜻합니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부서에서 야구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티켓예약을 여러분이 담당했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 예약을 깜빡했건, 시스템 오류이건, 표를 잃어버려서건 - 야구장에 도착했는데 예매가 안 되어 있는겁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간단합니다.

그냥 슬쩍 가서 여러분 자신의 돈으로 부서원 수만큼 입장권을 현장구매하면 됩니다.

내 사비로 부서원 수만큼의 입장권을 구매하는 손해는 있겠지만, 부장 및 부서원들 입장에서는 문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 경우는 누가 뭐래도 여러분이 스스로 "책임"을 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어떨까요?

부서원들과 보러 가기로 한 경기가 하필이면 2022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습니다.

현장발매 표는 진작에 장사진을 이룬 줄에 다 팔리고, 곳곳에 경찰이 있어 암표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야구광인 부장과 부서원들은 당연히 예매가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 유니폼과 응원도구까지 챙겨왔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맥박은 빨라지고 얼굴은 후끈 달아오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시리즈 7차전이라는 모든 사람에게 단 한 번의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해에도 한국시리즈 할거잖아?" 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응원하는 팀의 한국시리즈, 그것도 7차전은 평생에 다시 안 올지도 모르고 만에 하나 오더라도 그 게임이 2022년 한국시리즈 7차전이 되는 것은 아니죠.


사회인이 직장에서 책임을 진다라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ㅇ 중간관리자가 "네가 책임질거야?"를 시전할 때는 보통 본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간관리자가 해결 가능함에도 경각심을 주거나 심지어는 갈구기 위해서 별 것도 아닌 것을 "네가 책임질거야?"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보다는 정말로 중간관리자 본인도 책임지기 어려운 경우에 저런 말을 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중간관리자라는 역할 자체가 팀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진행상황을 관리하여 성과를 내는 자리입니다.

그 말은 부하직원들이 잘한 것은 곧 자기의 공이 되지만, 부하직원들의 실수 또한 자기의 잘못이 된다는 말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부하직원이 실수를 하더라도, 그 실수가 내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여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는 실수라면 부장이 윗사람에게 밉보이거나 찍힐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 부하직원을 눈물 쏙 빠지게 혼낼 지언정 "네가 책임질거야?"란 말을 하며 초조함과 짜증을 드러낼 이유가 없지요.


결국 높은 확률로 중간관리자가 "네가 책임질거야?"란 말을 할 때는, "중간관리자인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실수"를 뜻한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ㅇ "네가 책임질거야?"란 말을 듣지 않거나 들어도 괜찮으려면 보연상(보고, 연락, 상담)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기획단계, 브레인스토밍 단계에서는 "네가 책임질거야?"란 말을 들어도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간관리자가 속으로 '얘는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라고 생각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여러분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게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획이 이미 진행단계에 들어가거나 심지어 완료된 뒤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미 실수한 것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적잖은 손해 - 금전적 손실, 회사내 평판 하락 등 -를 각오해야 하고 이미 완료된 뒤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실수로 인해 중간관리자 본인에게 손해가 갈 경우, 그 중간관리자는 여러분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보고, 연락, 상담을 상시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나쁜 보고일수록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당장의 짜증과 분노가 무서워서 나쁜 보고를 늦추면, 나중에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즉시 보고했더라면 100만원으로 막을 수 있었던 손해가 보고가 늦춰져 1억의 손실이 되었다면 9,900만원의 손해는 오롯이 보고를 늦게한 사람의 책임이 됩니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라도 보고가 늦어진 부분을 집중부각할 것이고, 심지어는 보고만 제 때 이뤄졌다면 손해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릅니다.

 


ㅇ 모든 직딩들 화이팅입니다.


"네가 책임질거야?"란 말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기획단계에서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수도 있고, 상사가  강하키우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것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어떠한 일도 주도적으로 처리하거나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네가 책임질거야?"라는 말을 들어볼 일 자체가 없습니다.

저 말을 들었다는 것은 어쨌건 여러분이 자기 일을 잘 처리해보려고 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다만 가능하면 진행단계, 완료된 단계에서는 말씀드린 이유로 가급적 저 말을 듣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건 중간관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모쪼록 이 글이 좌충우돌하는 직딩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제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딩라이프]퇴사한다면 회사가 붙잡는 직장인이 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