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평소에 읽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는 어지간해서는 단언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양보다 질'은 틀렸다고 단언하는 것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그간의 관찰에 기인한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질'을 챙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일정한 '양'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저 그런 1만원짜리 식사 100번과 미쉐린 3성의 초고급 레스토랑에서의 100만원 한 끼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전자를 선택하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많은 분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런데 극단적인 가정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 자라 인간의 식사를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 미쉐린 3성 초고급 레스토랑에서 100만원짜리 식사를 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이 과연 그 맛을, 그 가치를 제대로 느꼈을까요?
우리는 은연중에 '질'을 추구하기 위해서 '양'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자 고가브랜드부터 중저가, 시장옷까지 입어보고 붉은색 옷도 입어보는가하면 하얀 옷도 입어보는 그 모든 투입들이 '양'이 되어 비로소 나에게 가장 맞는 스타일인 '질'을 완성하게 됩니다.
또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사람과 10명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둘 중 진짜 괜찮은 친구가 있는 사람 역시 후자일 확률이 더 높지 않겠습니까?
농구에서의 마이클 조던, 축구에서 메시나 호날두, 피겨에서 김연아, 바둑의 이창호 이런 사람들이 '양'이라고 할 수 있는 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마 없으실 것입니다.
반면에 분명히 재능이 있었으나 노력이나 자기관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전성기가 짧거나 프로로서의 수명이 짧았던 사람들은 각 분야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시간 법칙처럼, 그 어떤 슈퍼스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남과같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의 '양'이 일반인보다 더 적고, 같은 노력을 했을 때 압도적인 성과를 낼 수는 있으나, 그들 또한 '양'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에디슨의 유명한 명언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뤄진다는 말은 사실 재능이 없으면 결국 안 된다는 얘기라고 합니다.
물이 99도까지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마지막 1도가 더해진 뒤에야 끓는 것을 생각하면 냉정하지만 맞는 말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비록 내가 그런 혜택받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히 50도의 물은 10도보다는 뜨겁고, 99도의 물은 비록 100도는 아닐지언정 커피 한 잔을 내리기에는 충분한 온도가 됩니다.
100도를 넘어간 사람은 절대우위를 가진 사람으로서 더 이상 누군가와 비교되고 영향을 받지 않지만, 어차피 그런 사람은 0.000000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므로 다행히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는 아닙니다.
지금 하고 계신 분야가 어디이건 100도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다보면 그래도 8~90도는 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지금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자리를 지키는데는 문제가 없고 재능과 운에 따라서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머리가 좋지도 못하고 별다른 특출난 재능이 있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는 것은 그래도 10개, 100개, 200개 글을 쓰다보면 그 안에서 그래도 하나, 둘은 괜찮은 글도 나오고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감동을 받는 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각자 하시는 일이나 재미를 느끼시는 분야에서 한 번 '양'을 늘려보시면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