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세 달도 되지 않아 30%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학령연령 1년을 단축하여 만 5세부터 입학한다는 무리한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평가가 아직 내려지기 전인데도 그렇습니다.
저는 한 번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제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지금부터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천천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래희망, 목표가 의사인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의사가 되겠다는 사람의 목표가 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왜냐하면 '의사가 된다'가 목표인 사람과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고치겠다.'가 목표인 사람은 사실상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의사가 되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난 뒤에는 주위에서 하는 대로 그냥 합니다.
의사로서의 사명감, 의료현실의 문제점, 계층/지역별 의료접근 제한 등의 문제는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최근 언론에 나오는 여러 의사들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의사' 자체가 목표였던 의사들이 저지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우리가 아는 성산 장기려 선생님, 슈바이처,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 분들에게 '의사'란 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지식, 면허로서 도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의사가 됨으로서 자연히 따라오고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초연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경우 그것이 되지 못한 모든 결과값은 '실패'입니다.
그리고 무가치한 사람이 됩니다.
또한 서열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합니다.
'의사'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 '의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곧 실패이며 그 동안의 모든 공부는 결국 헛짓거리가 되는 것이며, '치과의사'가 되려고 했던 사람이 '의사'가 되는 것도 실패이며 같은 의사라 할지라도 평생 남모를 열등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무엇을 한다'에 초점을 맞춘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실패 자체가 없습니다.
'나쁜 사람을 잡아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가 목표라면, '검사'가 되지 못하고 '경찰'이 되어도 목표는 이뤄진 것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A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준비해왔는데, 'B를 한다'로 목표 자체가 변경되었고 A와 B 사이의 연계성이 낮다면 그 때가 실패라면 실패일 것입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데 제가 신이 아니고서야 어떤 사람의 마음속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누구나 그렇듯 그 사람의 행동은 말보다 크게 웅변하는 법이니,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언행에서 그렇게 추측한 것입니다.
1) 사시 9수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통계자료는 법무부 등 구글링을 해도 얻기 어려웠습니다만, 2005년 자료를 보면 1999년 제31기 사법연수생 730명 중 532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차시험 응시횟수가 3회 이하로 합격한 사람이 81.5%로 4회 이상의 18.5%보다 비율적으로 압도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9수 원인에 대해 동기들은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부분을 공부한다, 철학적 고민을 하여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그렇다면 시험보다는 학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http://m.joseilbo.com/news/view.htm?newsid=437089)
약력을 보면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1983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하여 그대로 학문의 길로 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럼에도 9수 끝에 사법시험을 합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검찰 내 좌천과 검찰총장 면접일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상징하는 말과도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잘나가는 검사에서 하루 아침에 좌천성 인사를 당했음에도, 보통이면 진작에 그만둘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끝끝내 버텼습니다.
그리고 최순실 특검으로 기사회생, 일발역전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멋진 스토리, 미담인데 제가 주목하는 것은 얼마 전에 나온 노영민 전)대통령비서실장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노영민 전)대통령비서실장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면접 당시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09814)
그런데 검찰총장이 된 이후, 대통령이 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어떻게 보더라도 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에 찬성하거나 호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대통령 후보시절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그리고 대통령이 된 이후 진행중인 세번째 갈등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봉합을 하며 '대인배'로서의 이미지를 보였고 이것이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 진행되고 있는 세 번째 갈등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보였던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 전 '텔레그램 대화파동'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크게는 위와 같은 세 가지를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목표설정 스타일은 '무엇이 된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는 타입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건 겉으로 보여지는 한정적인 사건이고 이것으로 어떤 사람의 본심을 다 안다고 말하면 오만한 말일 것입니다.
단지 저는 이렇게 추측한다는 것이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얼마든지 존중하고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2번의 전제 위에서 한 번 대통령이 되신 이후에 추진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떠오릅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입니다.
ㅇ 청와대 용산 이전 -> 문재인 정부에서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으나 여러 이유로 공약 폐기
ㅇ 나토회의 참석, 미일중시 외교 -> 문재인 정부에서는 안미경중, 실리외교의 노선으로 다자외교를 추진했으나 이 과정에서 친중이라는 비판이 많았고 일본과는 대립을 이어감
ㅇ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 ->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방역을 천명
ㅇ 적극적인 측근/코드인사 -> 개인적인 인연, 정치철학이 맞는 인물들을 속속 요직에 기용하며 시스템 정치를 추구한다며 철학이 다르고 측근이 아닌 인사를 요직에 배치했던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감
ㅇ 소극재정, 시장 주도의 작은정부 지향 ->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소부장 대응 등 정부 주도의 문재인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재정/경제정책 지향
ㅇ 수도권 대학정원 증원/학제 단축 등 교육정책 -> 문재인 정부에서 하지 않은 정책
ㅇ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세제정책 -> 보유세, 거래세를 모두 높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반대 방향
ㅇ 경찰국 설치 -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던 검경수사권 조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방향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 근저에는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지향하는 정부인지 모르겠다"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집무실 명명문제
이름은 그 이름을 짓는 사람의 철학과 인생관이 녹아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이 이름을 지을 때도 절감한 점입니다.
주위 추천을 받고 전문가(?)의 추천을 받더라도 결국에 아이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부모이고 그 부모는 본인의 경험, 인생관을 담아 아기 이름을 결정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결정 후 전광석화처럼 결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새로 옮긴 집무실의 이름을 명명하지 못하고 대국민 공모를 실시했습니다.
공모 자체는 국민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공모를 통해서도 결국에는 집무실 명칭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9111#home)
"일단 "홍길동 아들, 0000아파트 1동 101호집 사는 아이" 이런 식으로 부르다가 괜찮은 이름이 생기면 그 때 명명하자."
정부 결정은 이것과 비슷합니다.
2) 소주성, 창조경제 같은 한 방 없다
지난 7.22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는 “소주성이나 창조경제, 녹색성장과 같이 국민 귀에 팍팍 꽂히는 한방이 없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저도 기획을 한다고 깝죽대고 있는 입장에서 난이도는 통상의 보고서>1페이지 보고서>1문단 요약>1문장 핵심정리>키워드 순으로 어려워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아, 소득을 더 많이 줘서 그로 인한 내수활성화 등으로 경제성장을 시키겠다는 말이구나'가 키워드 자체에서 자연히 도출됩니다.
창조경제는 '아, 지금까지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아닌 우리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것이나 혁신을 주도하여 경제를 이끌어나가겠다는 말이구나'란 것이 역시 키워드에서 자연스럽게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키워드들은 자연히 실제 정책수립의 기준점, 대전략이 됩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사업주의 임금체불을 막고 제재해야 하며, 최저임금은 인상해야 하고, 그렇게 늘어난 소득이 국내에서 이뤄지도록 내수활성화 정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새로운 신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세제지원, 인력개발을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지원기구/조직을 만들고 법령도 만들어 기존의 규제를 과감하게 유보해주는 등의 정책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처럼 제대로 만들어진 키워드는 그 이후의 구체적인 정부방침, 정책의 시발점이 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집무실 하나도 명명하고 있지 못하고 본인들이 5년간 무엇을 추구하겠다는 키워드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안티테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문재인 정부 잘못한 점, 참 많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실패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왜 실패했느냐?, 어떤 점이 실패였느냐?'하는 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한 제대로 된 고찰 없이는 윤석열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될 것입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는 방향은 대체적으로 맞게 잡았으나, 구체적인 방안의 수립, 속도의 조절 무엇보다 인사배치에서 처참하게 실패하여 최종적으로는 실패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잘 못한 점은 고치되 잘한 점은 계승하고 더 발전시키라는 의미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을 선택한 것이지, 절대 무조건 문재인 반대로만 하라고 윤석을 대통령에게 표를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청와대 용산 이전에서 한 번 '응? 뭐지?'라고 생각한 국민들은 과학방역에서 의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번 학제개편에서 '혹시 윤석열 정부 무능하고 아무 생각 없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음을 알아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 과속은 지금 같은 학제 1년 단축의 전격적인 시행추진에 비하면 애교수준입니다.
아이를 1년 일찍 학교에 입학시킨다는 것은 맞벌이부부의 경제구조, 커리어 등이 근본적으로 재조정되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은 평생 단계적으로 조정된 학제에 따라 삶을 살아가게 되고 무엇보다 영유아는 한 달 단위로 아이발달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현재의 취학연령에 맞는 교육커리큘럼의 일대전환이 불가피한데 이 준비는 또 다 되어 있는지, 그 커리큘럼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걸 이행할 교사들이나 교육행정의 전환준비는 마쳐졌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졸속이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보수 30%, 중도 40%, 진보 30%라고 봤을 때, 지지율 30%가 깨진다는 것은 전통적인 내 지지층조차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왜 떠났겠습니까?
보수 지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고, 진보 지지자들이 노무현/정동영 지지를 철회했던 때는 모두 "차마 더 이상 저 정치집단, 저 사람을 내가 지지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지금의 통치철학, 통치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시간의 문제일 뿐 윤석열 정부도 지지율 10%대를 보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정부의 지지율 10%가 아니라 그로 인해 망가질 우리나라입니다.
부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