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는 요청하는 것이고 의무는 요구하는 것이다.

by 열혈청년 훈

이 두 가지는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아주 다른 것입니다.


제가 실제로 중학교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당시 그 교회는 주차장을 새로 신축하고자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 집으로 이런 우편이 날아왔습니다.


"평안하십니까? 아시다시피 교회에서 주차장을 건립하고자 합니다. A집사님께서는 직업이 OOO이시고 집도 있으시니 00000000원을 기쁜 마음으로 교회에 헌납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회장 목사님께서도 1백만원을 쾌척하실 것입니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 저희 집에 요구한 액수가 2, 3백만원인데 95년과 지금의 시차를 생각하면 지금 돈으로는 2천만원은 요구받은 셈입니다.


보는 분에 따라서는 "그래도 당회장 목사도 돈을 내기는 했네. 뭐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편지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교회의 주차장 건립이 지역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돕는 기독교의 본질적인 사랑의 실현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점,

둘째는 설령 그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헌금을 요청'할 일이지, 마치 무슨 돈을 맡겨놓은 것처럼 액수를 정해서 통보하고 '요구'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남의 것을 달라고 할 때는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사회통념상으로나 내가 달라고 할 수 있는 '요구'와,

상대방이 나에게 반드시 주어야할 의무는 없으나 좀 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입니다.


어린 아기가 부모에게 젖을 달라,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은 '요구'입니다.

법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집을 비워달라는 것, 임차인이 집을 수선해달라는 것 또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친구 사이에 어떤 일을 좀 해달라, 얼마를 빌려달라, 어디를 같이 가자 하는 것은 모두 '요청'이지 '요구'가 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친구 사이가 '요구'를 제시하고 들어줘야 하는 법률적 관계나 사회적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여를 주는 회사가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요구'이고, 근로자가 일을 시킨 회사에 급여를 달라는 것도 '요구'입니다.

하지만 "별도 법정수당은 지급할 수 없고(지급 안하겠지만)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빨리 나와서 일해라, 퇴근 이후에도 남아서 일을 끝내라"하는 것은 '요청'이지 '요구'가 아닙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 매사를 법률관계로만 재단하는 것에는 저부터가 반대합니다.

그러나 '요구'가 아닌 '요청'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처럼, 평소의 신뢰관계와 나도 일정 부분 받았을 때(최소한 상대의 호의를 앞으로 받을거란 기대가 있을 때) 들어주는 것이지, '요구'처럼 아무때나 남발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고 회사와 직원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요청'해야 할 일을 '요구'해야 할 일로 착각하고 그러한 균열과 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그 회사의 앞날은 밝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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