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합니다.
회사일이 바쁘고 개인적으로도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글을 쓰는 것이 뜸해졌습니다.
그러던중 지난주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몇 번이고 키보드를 치다가 글을 지우다 이러다가는 계속 글을 쓰지 못하겠다 싶어 무엇이라도, 그냥 일단 쓰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한 곳에서 쉬시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죽음은 사실 얇은 종이의 뒷면처럼 늘 우리 곁에 붙어있구나... 하는 사실,
지난 몇일간의 계속된 보도로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서 보여지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분노,
이 와중에 정권의 안위를 걱정하며 사람들을 유도하고 심지어는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는 정부,
외신 기자들의 기사와 질문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다시 한 번 추락하는 국격 등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다른 분들이 많이 하셨을 얘기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또한 누군가는 얘기했을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리 많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서 근본적인 '신뢰'의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신뢰'입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와 여러분이 안심하고 보도를 걸어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자동차, 오토바이, 버스, 트럭이 인도를 덮치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횡단보도를 안심하고 건너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불과 1~2미터 앞에서 멈춰있는 차들이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있는 이상 횡단보도로 넘어오지 않을 것이란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트에서 사오는 수많은 식재료를 어떻게 거리낌 없이 먹고 내 자녀에게까지 먹일 수 있습니까?
그곳에 진열된 수많은 식재료가 정부의 인허가기준에 따라 적절히 관리되고 안전하게 생산된 먹거리일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이 정부, 국가가 국민에게 주기로 한 '신뢰'를 지켜낼 수 없느냐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이태원에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관광지로서 이태원이 죽는다, 골목상권을 기피하게 된다 이런 1차원적이고 단순한 경제적 숫자놀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신뢰상실의 위기'입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유가족을 대하는 태도, 진상규명에 대한 노력, 재발방지 대책의 철저함 등 이 모든 것들은 국민들에게 메세지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희생자들도 포함된 이번 참사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의 국격과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않고 각자도생 사회로 몰아가는 것은 당장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리 멀지않은 미래에 반드시 정부와 국가에 보복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매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저출산으로 이미 보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당장 저만 해도 둘째는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지도자는 그게 무엇이 되었건 반드시 삶의 굴곡이 있고 그 굴곡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경험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주류에 속하며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 번 한 적이 없고, 나를 굽혀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보지 못하고, 나보다 남을 우선해본 경험이나 나를 희생해본 경험이 없고, 구조적인 부조리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적어도 지도자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동병상련, 역지사지, 과부마음은 과부가 안다는 사자성어와 속담들이 진리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과 이 세상을 결국 나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해주는 것은 그동안 쌓은 나의 경험, 내 주변사람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닌만큼 지금 그 사람의 상황과 정확히 100% 일치하는 경험은 내게 없지만, 그 유사한 경험을 했을수는 있으므로 이를 통해 지금 상대방의 감정을 유추할 수 있고 설령 내게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내 주변사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일천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한 사람 일색이라면, 적어도 그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양성은 생태계 보존의 제1법칙인 동시에 모든 발전하는 조직과 국가의 필수요소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