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는 일종의 가벼운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평소 제가 이런저런 일에 대해 느끼는 것을 가볍게 풀어내는 것으로 삼고자 합니다.
첫번째 글로는 제가 평소 생각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써볼까 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관계 형성은 둘 중 하나로 시작됩니다.
계약관계 또는 인간적관계입니다.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직원과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이고,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가 친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실에서는 계약관계와 인간적관계가 섞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연인관계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상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이 좋아서 만났지만,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약이라는 면이 들어가게 됩니다.
결혼식 준비부터 신혼여행, 신혼집 마련, 출산, 육아 등등 한 사람과 생활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경제력은 당연히 고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어떤 신체적인 불편이 있거나 성장과정에서의 아픔이 있거나 복잡한 가족관계가 있는 경우, 내가 평범한 사람과 조금 다른 상대방의 그런 아픔을 평생 보살필 수 있을지도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나를 향한 마음이 그것밖에는 안 되었느냐?"며 실망하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상대를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결심도 없이 결혼을 강행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감당가능한 선을 파악하고 그렇게 하겠다는 결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고 믿음직한 사람 아닐까요?
어쩌면 최근에 나오는 젊은 부부들의 자기 친자식 - 그것도 생후 수개월의 핏덩이들 - 에 대한 끔찍한 학대와 살인이나 그런 극단적인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결혼 후 1~2년만에 이혼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은, 제가 말씀드린 이런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는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참고로 제가 말씀드리는 계약관계는 단어 그대로 계약서를 체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계약을 체결한다는 의식을 가질 정도로 나의 손익을 따지는 것을 말합니다.
결혼관계 외에도 우리 삶에서 계약관계와 인간적관계는 수시로 섞여듭니다.
꼭 동업관계 같은 본격적인 비지니스 관계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비용이 제법 드는 해외여행을 가기로 한다면 거기서 이미 계약관계 개념이 들어갑니다.
당장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예약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정보 수집은 누가 하고 실제 현지에 가서 현지인과 소통은 누가 할 것인가 등등 모든 것이 실제 '일'의 영역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다들 적어도 한 번 쯤은 이런 계약관계와 인간적 관계가 섞인 상황에서 고민하고 상처입은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결혼준비 과정에서건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는 과정에서건 친구끼리 동거하는 경우에서건 말입니다.
어떻게 글을 끝맺을까 고민했습니다만 모두가 아시는 뻔한 결론 대신 제 경험을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로스쿨 3학년 겨울 기말고사 기간중의 일입니다.
둘도 없는 친구에게 일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빈말로도 성적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웠고, 변호사시험 합격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더욱이 학교도 지방에 있어 여러모로 주위에서는 이해해줄거라며 남아서 공부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하루 이틀 공부 못한다고 시험에 떨어질 것이라면 애초에 그 시험은 떨어질 시험인 것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합격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친구도 버리는 놈이 변호사가 된들 어떤 변호사가 되겠는가?"
그리고 올라가 친구 곁을 지켰고 다음해 변호사시험에 보란듯 합격했습니다.
이렇게만 쓰고 끝내면 제가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친구를 위하는, 뭔가 의리가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제 감정에 충실했던 것에 더해서 냉정히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방로스쿨에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고 로스쿨 내신성적이 상위권도 아닌 저로서는 변호사시험마저 한 번에 합격하지 못하면 취직활동에 치명적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부담은 냉정히 말하자면 당시 제가 감당가능한 선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하루, 이틀 공부를 못한 것과 연동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실제로 그 다음주에 치뤄진 기말고사 시험과목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3년간의 교과과정 전부를 평가하는 변호사시험과의 연관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제 머리가 나빠서건, 노력이 부족해서건 3년 전체가 평가받는 것이 변호사시험인데 거기에 하루, 이틀 공부를 못한 것이 불합격의 결정적 유인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저 저는 혹시라도 친구가 미안해할까봐서라도 반드시 이번에 붙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오히려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도 생각합니다.
저는 평범한 장삼이사에 불과합니다.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특별한 인생경험이 있었기에,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기 때문에, 뭐 그런 거창한 이유로 변호사가 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변호사도 아닙니다.
그저 부끄럽지 않게는 살아가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저도 남 못지 않게 잘난척하고 싶은데 실제로 잘나지 못해서 잘난체 할 수도 없고^^;;;; 선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렇게 올바르게 살고 있지도 못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한 일을 내가 했다고 하지 않는 것, 도움받은 사람들을 언급하지 않고 나 혼자 한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후회할 일을 하려하지 않는 것 정도는 지키고 있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