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인생처음 초보아빠로 살아보며 느낀 점들
지금으로부터 약 10개월 전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다 처음 만났을 때 감정은 부족한 필력으로 잘 묘사하기 어렵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오늘은 지난 10개월간 아기를 키우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정리해볼까 합니다.
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아기를 키우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퇴근후나 주말에 자유로이 쉬지 못해 발생하는 체력적인 문제,
아기를 낳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적지 않은 지출,
무엇보다 (여성분들이 더 많이 느끼시겠지만)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고 주도권이 아기에게 있는 느낌 등등
여기까지만 쓰고 보면 결혼은 둘째치고 아기를 낳는 것은 바보같은 일로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이 만약 의무로 다가왔다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짓눌려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말해서 저 모든 것이 전혀 의무로 느껴지지도 않고 부담으로 느껴지지도 않는 신기한 감각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제는 예전 할머님들이나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다."란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만큼은 해보지 않으면 아마 알 수 없기에 할 수 있다면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도 그 전과는 달라지실 겁니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부분 역시 경험해본 분들은 쉽게 이해가 되실텐데...
만약 지금 임신가능한 20~40세대가 단 한 명의 아이도 낳지않고 10년간 출산을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크게 변화하는 것은 부동산시장일 것입니다.
더 이상 30평 이상의 평형은 만들 필요가 없고 지금같은 대단지를 건설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중대형 평수의 수요가 급감하여 부동산 가격도 하향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자동차 또한 마찬가지로 어쩌다 한 번씩 친구, 동아리 사람들과 여행가기 위해 캠핑카를 사고 중형차나 SUV를 사는 사람은 없으니 시장이 소형, 준중형 위주로 발달할 것입니다.
아기를 낳는 순간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의 기준이 바뀝니다.
정부가 출산율 향상을 위해 15년간 225조원을 썼다고 하는데, 정부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0112510550002700
그런데 그 돈이 어디로 간 것인지, 과연 효과를 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출산 지원은 경제적 효과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존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지 말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먹고 사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모아이 석상을 만드는데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올 귀중한 목재를 석상 운반에 다 써버린 이스터섬 원주민 꼴이 날 것입니다.
아기는 무조건 귀엽습니다.
하물며 그게 내 자식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국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 자식이 특히나 더 예쁠 때가 있습니다.
너무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고 꽉 안아줄 때가 있는 것이죠.
그게 언제일까요?
제 경우는 아기가 저와 상호작용을 할 때입니다.
알고서 하는건지는 아직 좀 의문이지만 "아빠" 비슷한 발음을 할 때,
안아주면 좋다고 손발을 버둥거릴 때,
고개를 들 수 있게 되어 제가 나간 방향을 빼꼼히 목을 빼고 바라보고 있을 때 등등
아 아이가 저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그런 것들이 사회생활에서도 사실 같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부모-자식간에야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나를 필요로 하며 내 감정과 공유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나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직장상사, 동료,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제대로 상호작용을 하기만 해도 적어도 나쁘지 않은 직장내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식이 없었어도 물론 정인이 사건에 분노했을 것입니다.
아기를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에도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마 아기를 키우지 않았다면 정인이 사건에 분노는 해도 휴가를 내면서까지 묘소를 다녀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내 아이를 키우다보면 싫어도 그런 기사를 보고 저절로 상상이 됩니다.
'이 조그만 몸 어디에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아이가 기어다니다 서랍장에 머리만 박아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자식을 내 손으로 학대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누군가 댓글에서 얘기합니다.
부모자격시험을 봐야 한다고
괜찮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인 공천을 시험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아니 수십배는 더 필요한 시험일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두서없이 아기를 키우며 느낀 점을 써보았습니다.
분명히 아기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