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한국사회는 집단적인 목표상실에 빠진게 아닐까?

by 열혈청년 훈

문득 든 생각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한국사회는 집단적인 목표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고 서로를 향한 혐오와 분노, 조롱과 멸시가 공공연히 나타나고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어쩌면 ‘집단적인 목표상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입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도 한 반 54명이 모두 열심히 수능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하위 10~15명을 제외하면 다들 기본 이상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지방대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인서울, 인서울보다는 서성한, 서성한보다는 SKY를 들어가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가 가능했던 것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을 들어가면 이후의 삶에 더 유리하다.‘는 학부모, 교사, 학생의 공통된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대(메디컬)과 비메디컬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의대를 갈 가능성이 있는 극소수는 예전의 최상위권과 똑같이 치열하게 공부를 하지만, 의대를 가기 어려운 경우는 아무래도 힘이 빠져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의대를 가지 못할 바에는 서울대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가 가진 생각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생각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성공신화, 계층이동, 신분상승은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싫든 좋든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일종의 롤모델, 성공공식이 있었습니다.


취업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둘, 셋 정도 낳고 내 차, 내 집을 갖고서 일하다 퇴직해서 손주, 손녀를 보고 노후를 보내는 것.


이게 그렇게 대단히 어렵거나 난이도가 높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강남은 아닐지언정, 서울은 아닐지언정 엉뚱한 데 한 눈 팔지 않고, 근면성실히 살며 저축만 열심히 해도 10~20% 이자를 주던 시절이니 내 집 마련은 어떻게든 가능했고,


결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막말로 어차피 서로 가진 것 없고 내 주변의 친구들도 다 거기서 거기인 상황에 삯월세로 신혼을 시작해도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반면에 지금 청년층은 결혼은 커녕 연애에서부터 제동이 턱 걸려버립니다.


사기업은 대기업,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져버렸기에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데 예전처럼 승진이 팍팍 되거나 급여가 계속 상승한다는 기대는 하기 어렵습니다.


공무원은 박봉이어도 괜찮았던 연금과 직업적 안정성, 요즘과 비교하면 빠른 승진 등으로 버텼는데 현재 MZ세대에게 공무원은 워라밸은 나쁘고 급여는 적고 연금도 별 메리트가 없는, 한 마디로 가성비가 나쁜 직업이 되었습니다.


예측가능성은 투자시장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정규직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하고 노동유연성을 일방적으로 부르짖습니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그런 사람들 상당수가 결혼했을 것입니다.


본인은 정규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젊은이들은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표리부동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외친다면, 왜 혼인제도에는 도입하지 않을까요?


당연합니다.


계속 같이 가기로 법적/사회적으로 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정규직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내 몸을 의탁하고 안심할 곳을 찾게 됩니다.


배도 항구가 있어야 항해를 떠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해적조차 모항이 있는 법입니다.


안정적으로 기항하고 휴식을 취하고 보급을 받을 항구도 없이, 끊임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필요한 보급은 다른 배를 약탈해 얻으라는 식의 항해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세울 수 없는 하루살이 인생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두서없는 긴 글이 되어버렸는데…


확실한 것은 2010년을 전후로(순전히 제 느낌입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성공맹신, 자기계발 지상주의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의 성찰 또는 진보나 성숙에서 나온 것이 아닌, ‘아…. 사회구조가 문제이고 내가 문제가 아니구나. 내가 뭘 어떻게 하더라도 이 구조를 깰 수 없고 이 구조 안에서는 내 자리가 없구나’라는 집단적 체념에서 비롯된 것이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위축되고 축소되어 방어적이고 생존을 위한 개인주의가 나타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교류하고 싶고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해봤자 성공가능성이 희박하고 노력한만큼 보상이 온다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내가 해야할 최소한의 것만 하면서 내 한 몸을 나 혼자 건사한다…


이게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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