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족관계에 비지니스를 적용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평소 단언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이건 그래도 됩니다.
비지니스적인 관계에서는 능력,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합니다.
인성이 개차반이어도 의심의 여지 없는 능력을 보여주고 실적을 내고 있다면, 상당수의 회사는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감싸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족관계에서까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왜 안될까요?
마지막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이나 철학에는 ’공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주어진 이론체계 안에서 증명 없이 참으로 받아들이는 명제를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도 ‘공리’가 있으며 그 대표적인 가치 중 하나가 ‘가족’개념입니다.
냉정히 말해 현대사회에서는 돈만 있으면 가족을 사실상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내와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렌탈여친을 이용하면 되고,
성욕은 (불법이긴 하나 현실에 존재하니) 성매매를 하면 되고,
가사는 가사도우미를 쓰면 되고,
이제는 자녀까지도 (의지가 있고 여력이 된다면) 정자은행, 대리모를 써서 아웃소싱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허전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미 사회에서 치이며 살아갑니다.
극소수의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아닌 다음에야, 나도 남에게 치이고 나도 어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을지 모릅니다.
나의 의지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이라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집에서까지 말 한마디 한 마디를 분석하고 의도를 파악하려 하고 이게 나한테 이익이 되는지, 불이익이 되는지를 계산하며 산다면 얼마나 인생이 피곤할까요?
결혼을 했다면 가족을 이루고 그 안에서 지지고 볶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절대 다른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은 그냥 ‘공리’입니다.
여기에 비지니스를 들이대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예전부터 인터넷에 도는 썰 중 남편의 성관계 요구에 나가서 성매매하고 오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위를 떠나 정말로 남편이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후에 부인이 나가서 성매매를 즐기고 왔다면 이제 남편은 잘 했다고 칭찬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효율화’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비효율’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관계에서까지 ‘효율‘을 들이대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요?
저는 아기 하나가 있는데, 아기를 키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 맞습니다.
아기 하나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시간, 비용, 노력은 정말 작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내 새끼니까, 아무리 투정부리고 떼쓰고 난리를 쳐도 어쨌건 내 새끼니까 혼은 낼지언정 사랑으로 품고 대소변을 다 받아내는겁니다.
저는 직장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는 가운데 비효율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팀장으로 지시만 하고 타 부서에도 일방적으로 나나 우리 부서의 요구를 강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사람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이왕이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직장에서나 쓸법한 비지니스적인 관계를 집에까지 가져오는 사람들을 극혐하는 마지막 이유는, 그 사람들이 그것을 자랑스레 얘기하는데 있습니다.
오늘은 진짜 말 그대로 술먹은 사람처럼 횡설수설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