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권력에 대해서 한 번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권력을 "나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권력의지는 "나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가 됩니다.
이런 권력은 크게 3가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재량행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공인하는 권력자, 권력기관이 정확히 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 CEO의 인사권은 절대적인 재량의 영역입니다.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 어디로 배치할 것인지 또는 해임할 것인지가 오롯이 인사권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매관매직과 같은 범죄 혐의가 없는 한 인사권자가 특정인을 임명한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써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검사의 권력 또한 기소독점주의에서 나오는데 기소보다 불기소에서 나온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기소를 해야 할 것 같은 사람을 기소하기만 해서는 권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만약 기소에 재량권이 없다면 민원실에 찾아온 민원인을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서 권력과는 무관해집니다.
내가 꼭 필요로 하는 것 - 승진, 인사배치, 연봉협상, 기소, 수술 등 - 이 있는데, 그것을 상대방이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면 그 앞에서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거기서 권력이 첫 번째로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저는 권력은 독점 내지는 독점에 가까운 상황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것을 A, B 두 사람이 해줄 수 있는데 A는 유독 까다롭게 굴고 원하는 것이 많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저 없이 B를 찾아가서 원하는 것을 해결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오로지 A만이 해줄 수 있다면?
그때는 무조건 나는 을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사의 기소독점권같이 저희 일반인에게는 거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장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를 한 번 생각해보십시다.
정인이 양부, 양모를 포함해 아동학대를 하는 많은 가해자들이 어떤 대단한 권력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동에게 있어서는 그 부모가 본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 권력자입니다.
가출도 최소한 중학생이라도 되어야 하는 것이지 영유아에게 부모는 무조건적인 존재로서 신과 같습니다.
이는 한 예로 우리 모두 특정 장면, 특정 상황에서는 상대에 대해서 독점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조금 전에 권력이란 나의 의지를 상대에게 관철하는 힘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 말과 모순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권력은 상대의 동의가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는 어떠한 경우에도 나의 권력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잘 생각해보겠습니다.
국가권력의 횡포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이 사람은 마냥 참고 살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이민을 가도 되고 망명 신청을 해도 됩니다.
가정폭력은? 이혼을 하면 됩니다.
데이트 폭력은? 헤어지면 됩니다.
회사의 갑질은? 이직하거나 퇴사를 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상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권력 행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면, 그 관계 자체를 끝내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반대로 내가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이라면 이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누구나 권력의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그 대상이 무엇이든 상대방이나 조직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언제나처럼 흉흉한 기사를 보다가 문득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극악무도하고 엽기적인 범죄나 끔찍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기사를 잘 보시면 주변인들의 증언에 묘한 공통점이 보입니다.
"말수가 적었다.", "조용했다.", "자기주장이 적었다.", "있는 듯 없는 듯했다." 심지어는 "착한 사람이다."라는 증언까지 나옵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걸까요?
"사람은 누구나 권력의지를 갖고 있고 적어도 어느 한 곳에서는 권력의지를 행사하여 나의 존재에 대한 효용감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므로 내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을 본능적으로 안다.
사회적인 관계에서 권력의지를 행사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하거나 자기의 권력행사를 참아줄 수 있는 사람에게라도 이를 행사하려 한다."
이것이 그런 기사들을 보며 내린 저의 결론입니다.
저는 권력의지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며 이왕이면 남이 시킨 일만 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이루는 것이 더 보람차고 재미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권력은 상대의 동의 위에 성립하는 것이며, 상대의 동의를 얻기 위한 자격과 자질을 스스로 갖추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노력과 자기 수양은 하기 싫은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이 멋지게 권력을 행사하길 원한다면 이는 욕심이고 주제 파악이 안 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얘기는 어떠셨는지요?
언제나처럼 여러분의 의견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