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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May 14. 2021

[시사잡설]故손정민씨 사망원인에 대한 추론

안타까운 사고사의 가능성에 대하여

먼저 故손정민씨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아들은 아직 채 돌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제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년도 안된 제가 이럴진데 22년간 함께 한 아들을 갑자기 황망히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은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습니다.

모쪼록 하나님께서 故손정민씨의 영혼을 받아주시고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


유가족들과 많은 국민들께서 故손정민씨의 사인에 대하여 매우 궁금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답답한 마음과 의문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사실만을 바탕으로 故손정민씨의 사망에 대하여 제 나름의 추론을 써보고자 합니다.

제한되고 파편적인 언론보도에 기초한 관계로 순전히 저의 상상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진실이 밝혀지는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1. 계획된 살인인가?


몇몇 국민들께서는 의도된 살인의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적어도 계획된 살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을 계획함에 있어서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확실히 살해할 수 있을 것

둘째, 목격될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일 것

셋째, 시신을 유기하고 범행도구를 은폐할 수 있을 것

넷째, 나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살인을 계획할 정도의 관계가 되었다면 상대를 확실히 살해하려 할 것이고(첫째 조건), 어떤 살인범도 잡히고 싶지 않을테니 목격될 가능성 - 목격자, CCTV, 블랙박스 등 -이 없거나 적은 장소와 시간을 택할 것이고(둘째 조건), 시신을 잘 유기하면 범행 자체가 드러나지 않거나 범행도구를 은폐하면 유죄를 피하기 쉽고(셋째 조건), 마지막으로 나의 알리바이를 잘 만들어내면 용의선상을 빗겨갈 수 있습니다(넷째 조건)


그런데 故손정민씨 사망사건에서 친구(이하 A씨라 합니다)의 경우 위의 4가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1) 故손정민씨 사망원인은 익사인데, 망망대해에서의 익사라면 몰라도 한강에서는 피해자가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도 있고 허우적대거나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주위 사람이 구조할수도 있어 첫번째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2) 둘째로 현재 여러 증언과 사진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야간이라지만 4월의 한강공원은 살인이 목격될 가능성이 없거나 제한적인 장소가 아닐 것입니다.


3) 한강공원은 깊은 야산이나 망망대해가 아니기에 시신유기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범행도구가 있다면 이를 은폐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한강에 버리거나 주위 쓰레기통에 은근슬쩍 버리면 되니까요


4) 이번 사건에서는 A씨의 알리바이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알리바이가 있었다면 유가족부터 많은 국민들까지 처음부터 A씨를 의심하지 않았겠죠.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적어도 故손정민씨가 계획된 살인의 피해자일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상하기에 따라서는 별도의 실행범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A씨의 공범이 존재하거나 A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제3의 인물이 故손정민씨를 살해한 것 아이냐는 의심을 해볼 수 있고 그런 가능성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경우에는 또다른 목격증언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까지 그런 증언은 보도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2. 현재까지 보도된 사실로부터 추론해볼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


매우 조심스러운 추론이지만 현재까지 보도된 사실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故손정민씨는 한강에 빠졌고 A씨는 이를 목격했지만 구조에 이르지는 않았던 것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고의적인 계획살인 사건으로 이 사건을 바라봤을 때 설명되지 않던 여러가지가 상대적으로는 더 잘 설명될 수 있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유가족과 적지않은 국민들이 A씨를 미심쩍게 생각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함께 간 친구가 보이지 않는데 그대로 귀가한 점

(다만 이 점은 정말로 먼저 귀가했을 것으로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2) 그 날 신은 운동화를 버린 점

(많은 분들의 지적과 같이 운동화가 더러워졌다면 빨아서 신는게 보통일 것입니다)


3) 현재까지 소재가 불분명한 A씨의 핸드폰

(술김에 서로 핸드폰이 바뀔수는 있겠으나 그 경우에는 故손정민씨와 함께 발견되거나 이 정도 대대적 수색을 했다면 찾아질 것인데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 이상한 것은 사실입니다)


4) 실종 당일 새벽 3시 30분경 A씨가 부모와 통화한 사실

(이는 최근 목격자의 증언과 사진에서 A씨가 손정민씨 핸드폰을 조작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아해진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故손정민씨 핸드폰은 잠금장치도 안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 보통은 잠든 상대방 부모나 애인을 부르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5) 실종 당일 새벽 5시 50분경 A씨 부모가 한강공원에 온 사실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프로파일러분이 지적한 것과 같이 故손정민씨를 찾는게 급하지 부모님이 오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긴 합니다)


6) 2차 최면조사 때 변호사를 대동한 사실 

(저는 형사쪽을 전혀 다루지 않아 최면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지 못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에서 봤을때도 검경의 조사에 변호사가 입회하는 것이라면 모르되 최면상태의 진술에서 변호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가 다소 의아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정리하면서 ()로 표시한 것과 같이 분명히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만 1.에서 말씀드린 이유로 그렇다고 의도된 살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확한 경위는 오로지 신만이 아실 것이나, 故손정민씨가 빠진 것을 보고 A씨가 결과적으로 구조에 이르지 않았다고 한다면 위의 6가지가 나름 설명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구체적인 경과는 모르겠으나 故손정민씨가 물에 빠졌는데 A씨가 결과적으로 구조하지 못했다면 이에 대한 유가족의 비판과 법적책임이 두려웠다고 한다면 일정부분 1)~6)의 의문들이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법적책임이 두려웠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 살인이 아니면 아무 죄도 없는 것 아니냐? 우리나라에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은 아직 없는 것 아니었냐?'와 같은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좀 오래 되긴 했지만 과거 판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77.1.11 선고 76도3419 판결에 따르면, 당시 피고인은 76년 1월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피해자와 함께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해있었던 관계로 미끄러져 2미터 아래 개울에서 5시간 가량 잠을 자다 깨어난 뒤 피고인 혼자만 다시 도로위로 올라오고 미끄러질 때 후두부 타박상을 입은 피해자를 그대로 둔 탓에 피해자가 사망하였습니다.


이 때 검사는 피고인을 상해치사, 유기치사로 기소했고 원심(2심)은 죄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새롭게 개정된 유기죄가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책임 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을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방향이 같아 특정지점까지 길을 같이 걸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령 피해자의 구조가 필요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피고인 또한 술에 취해있어 구조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법성이 없을수도 있다는 이유로 유죄인정한 2심을 파기한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대법원은 단순히 길을 함께 간 정도로는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의 사망에 책임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故손정민씨가 빠진 것을 보고 A씨가 이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았던 것이라면, 위 대법원 판례와는 다르게 판단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1) 비록 故손정민씨와 A씨가 친족관계는 아니지만 친구관계로서 생면부지의 남이 아닌 점, 2) 먼저 술을 먹자고 권유한 것이 A씨인 점, 3) A씨가 물에 뛰어들어서까지 故손정민씨를 구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에 신고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점, 4) 사건발생 장소가 한강공원으로 신속히 구조가 이뤄졌으면 故손정민씨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장례식장에 조문을 늦게 온 것이나 실종 당일 새벽 5시 50분 CCTV상 부모가 왔을 때 주저앉는 모습을 보인 것 등은 정말로 도의적이고 순수한 책임감과 미안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벽 3시 30분에 부모에게 전화한 것 또한 순수하게 귀가가 늦어져서 안부전화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일 신었던 운동화를 버리고 아직까지 핸드폰이 발견되지 않고 2차 최면조사에 변호사를 대동한 것은 순수한 책임감과 도의적 미안함의 발로로 보기는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비록 계획된 살인은 아닐지라도 어떤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있었던 것이라면 그러한 의문점이 보다 잘 설명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3. 마치며


다시 한 번 故손정민씨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극히 한정된 언론보도에 기초한 추론이라 미진한 점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생각한 것과 같은 상황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또 실제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검사, 판사님에 따라 애초에 형사사건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저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으며 관심을 갖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하나의 가능성으로서의 추론을 말씀드려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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