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을 하면서도 집에서도 가능하면 플랜B, C까지는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아이 밥을 먹일 때도 반찬을 A, B, C까지는 생각을 해둡니다.
보통 까다로운 저희 애도 세 가지 모두를 거부하는 일은 좀체 없습니다.
3개를 준비하면 그 중 적어도 하나, 보통은 2개로 밥을 먹습니다.
이번에도 공공기관 제안서평가를 해야 하는데 사전에 섭외한 외부 전문위원이 급작스럽게 하루 전에 참여를 못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전날에 급하게 요청할만한 대상자를 이미 어느 정도 2명 정해뒀고 바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여기서 "그런데 이왕 하는 김에 플랜D까지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은 플랜D부터는 대응의 영역이고, 회사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랜B, C를 넘어서 플랜D까지를 만들어둔다면 플랜A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플랜B와 C는 어디까지나 플랜A를 어떻게든 달성하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플랜A에 준하는 성과나 결과를 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그게 D까지 갈 정도가 된다면 플랜A 자체가 과연 플랜A가 맞는지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플랜B, C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행사에서 가장 곤란한 것은 당일에 참석자가 오지 않거나 대중을 상대로 한 행사의 경우 참석자가 적게 오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기획단계에서부터 플랜A, B, C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대다수 회사의 행사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가 아닐 것이기에 우리 회사가 행사를 열고 그것을 대중에게 알리기만 하면 되는 플랜A의 사고로는 결과는 운에 맡기는 것이 됩니다.
잘 되면 다행인데, 내심 생각한 것보다 인원이 적게 오거나 에정되었던 참석자가 갑자기 불참하는 경우에 대책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플랜B와 C를 써야 합니다.
플랜B는 최대한 참석자가 불참하는 일이 없도록 예산항목을 조정해서 소정의 참석비를 지급한다던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방안을 뭐 하나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솔직히 우리 회사가 얻는게 더 많은 일종의 관제행사라면, 최소한 행사시간이라도 짧게 하고 참석자들의 동선이 편하게 하고 행사시간도 참석자들이오기 편한 시간으로 조정한다던가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일에 참석자가 적다면?
그 때는 임기응변을 해야 하는데, 이 때도 미리 생각을 해두면 플랜C가 됩니다.
예를 들어 참석자가 적을 경우 당일 추이를 보다가 회의장의 파티션을 나눠 예약한 공간보다 실제 공간을 줄여버리는 것도 참석자가 많아 보이는 방법입니다.
아니면 홍보실과 미리 얘기를 해둬서 기자들에게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위주로 앵글을 잡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정도껏 해야 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초년생 시절에는 이런 상사를 만나면, "아니 뭔 쓸데없이 그런 걱정을 하며 이런 준비를 다 해야 하나...."라고 불평한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제가 이미 늙었거나 기득권에 속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일이란게 스무스하게 흘러가서 늘 플랜A대로만 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경우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반대로 플랜A만 생각하고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뜻하지 않은 돌발변수를 전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상사는 무능하거나 게으르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이 플랜D, E, F (이하 생략)까지 준비시키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뭐든 그렇지만 극단으로 치달으면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 되어버리니까요.
오늘도 여기저기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수많은 직딩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