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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혈청년 훈 Nov 22. 2023

[시사잡설]저축은행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는 다음의 세 가지가 모두 충족되었을 때입니다.

1. 사기로 결심

2. 예산에 부합하는 가격

3. 판매자


내가 사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가격이라면 살 수 없습니다.

살 생각도 있고 예산에도 부합하지만 품절이 되었거나 판매자가 마음을 바꿔 팔지 않겠다고 하면 살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은행이 상상인 저축은행 인수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https://v.daum.net/v/20231120143527173?f=m


우선 우리은행이 인수협상을 한다는 점에서 살 결심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은행은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회장을 중심으로 정부정책에 적극협조하고 있어 살 의사는 충분했다고 보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2807541?sid=101


그러면 매각협상 중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의사를 철회한 것일까요?

이것도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물론 더 좋은 매각가를 제시한 곳이 있다면 당연히 그 곳에 매각하는 것이 맞겠지만, 우리은행의 국내위상과 자산을 고려할 때 우리은행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곳은 손에 꼽을 것이고 무엇보다 그런 곳이 있다면 후속보도가 진작 나왔을텐데 아직도 없습니다.

또한 상상인저축은행 내부적으로도 매각을 서두르면 서둘러야지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얼마 전 받은 대주주 매각명령 때문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7088218?sid=101


결국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당초 예상한 예산액을 초과하거나 매수 이후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 이하일 것으로 예상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닌 ‘조건’의 문제란 것입니다.


http://m.thebell.co.kr/m/newsview.asp?svccode=00&newskey=202311210705588420106486

더벨 기사에 따르면 이번 인수협상 무산은 결국 가격이 맞습니다.

인수가격이 우리은행이 2,000억원을 부른데 반해 상상인 측은 5,000억원을 불러 3,000억원의 차이가 났었고 인수 후 부실 PF를 정상화하는데 들어가는 추가 투입비용까지 고려한 우리은행이 실사 후 인수를 포기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것은 ‘부실 PF’란 4글자입니다.

만약 부실 정상화 비용이 0원이었다면 3,000억원의 가격차가 있기는 하나 줄다리기를 거쳐 3~4천억 사이에서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상상인, 우리은행의 경영진, 감사도 아니고 금융감독원 직원도 아니기에 부실 PF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공개된 자료와 기사들을 통해 유추를 해볼 수는 있습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올해 8월 31일 공시한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의 요주의 이하 채권은 2,520억원이며 고정 이하 여신은 더욱 낮은 446억원입니다.

범위를 넓혀 부동산PF대출 + 건설업 + 부동산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요주의 이하 채권은 5,741억원이며 고정 이하 여신은 1,202억원입니다.


부동산 관련 전체 대출 중 고정 이하 여신이 모두 부실화되고 1원도 회수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손실액은 1,202억원으로 정상화에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이 인수를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높은지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액 부실여신 증가업체 현황을 보면 ‘어?’하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직전분기 대비 부실여신 잔액 10억원 이상 증가업체를 대상으로 상위 20개 업체를 기재하는데, 직전 분기에는 공시업체가 아예 없었던 반면 이번 반기공시에는 5개 업체, 총액 1조 6,412억원의 거액 부실여신이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증가사유가 기한이익 상실입니다.

특약으로 별도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통상 기한이익의 상실은 2회 또는 3회 원리금(이자만 납입시는 이자)을 연체하면 상실됩니다.

물론 기한의 이익 상실 이후에도 원리금을 변제해서 정상적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확률은 아무래도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 중 7,000억의 금융 및 보험업 1곳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모두 부동산업, 건설업이고 합계금액은 9,412억원입니다.

금융 및 보험업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지 않아 이대로 저 4곳의 손실이 확정되는 순간 약 1조원에 가까운 채권이 공중에 뜨게 됩니다.


이 정도라면 우리은행이 인수를 포기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22년 연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은 전체 79개 중 8번째로 총자산이 많은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22년 연말 기준 총자산 1위는 SBI저축은행의 16조 3,792억원이었고 상상인저축은행은 3조 5,422억원이었습니다.


물론 분명히 저축은행 내에도 옥석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한 이치로 정보비대칭성이 은행과 고객 사이에는 존재합니다.

저축은행이 분명히 은행보다는 이율을 더 높게 주는 것도 맞고, 조금만 더 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의 이율을 못 찾아먹는 것도 아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저축은행업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개인의 상황에 맞게 대응하시되 저축은행의 예적금 비율은 조정을 고려해보시는 것도 어떨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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